[사설] ‘고유가’에 떠는 울산 기업, 실효적 정책지원 필요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되면서 대한민국 ‘산업수도’ 울산의 경제 전선 곳곳에서 비상등이 켜졌다. 울산상공회의소가 최근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니, 조사 대상 기업의 약 80%가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피해를 체감하고 있으며, 10곳 중 7곳은 그 수준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울산은 정유,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 등 에너지 소비가 많고 원자재 가격 변동에 취약한 산업이 밀집해 있는 구조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중동발 리스트에 의한 국제유가 상승이 곧바로 원가 상승과 수익성 악화로 직결되는 구조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77.5%가 유가 상승을 가장 큰 우려 요인으로 꼽았다는 점은, 고유가가 지역 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가장 치명적인 요소임을 나타낸다.
더욱 우려스러운 대목은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기업들의 경영 의지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이미 가격 정책 변경, 생산 계획 수정, 재고 운영 효율화 등 자구책 마련에 분주하다. 하지만 대응 전략의 절반 이상이 ‘비용 절감’에 치중돼 있다. 기업들이 미래를 위한 투자나 확장보다는 생존을 위한 ‘버티기’ 모드에 돌입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방어적 경영의 장기화는 결국 지역 내 고용 감소와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울산 경제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은 정부와 지자체의 실효성 있는 지원책이 어느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기업들은 현장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원자재 수급 안정 지원’(62.5%)을 꼽았으며, 세제 완화와 물류비 지원, 긴급 경영안정자금 수혈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는 이론적인 대책이 아니라 현장에서 당장 숨통을 틔워줄 수 있는 ‘실질적인 조치’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은 기업이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 여파를 최소화하고 위기를 극복하게 돕는 것은 정책의 영역이다. 정부와 울산시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맞춤형 지원책을 적기에 시행해야 한다. 공급망 모니터링을 강화하해 원자재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하고, 가용 가능한 행정·금융 자원을 총동원해 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 울산 기업들이 중심을 잡고 다시 뛸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과감하고 선제적인 정책 지원을 강력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