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울산 민주진보 단일화, 시민단체 ‘속도전’이 정답일까

2026-04-27     강정원 논설실장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울산 지역 민주진보진영의 후보 단일화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울산지역 31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내란청산·울산대전환 시민회의(이하 시민회의)’가 어제 5월 13일까지 단일 후보를 선출하겠다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발표하며 압박에 나선 모양새다.

하지만 정작 단일화의 당사자인 각 정당의 내부 사정과 중앙당의 전략적 판단이 엇갈리면서, 시민단체 주도의 ‘억지 단일화’가 정당 정치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재 시민회의가 제시한 일정은 촉박하기 그지없다. 불과 보름 남짓한 기간에 세 차례의 정책 토론회를 거쳐 단일 후보를 확정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러한 ‘속도전’은 정치적 현실을 간과한 무리수다. 당장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이 어제 지역 단위의 자발적 논의보다는 중앙당 차원의 전략적 협의기구를 통해 단일화 여부와 지침을 결정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단일화 과정에서 양보란 없다”며 공천 주도권을 명확히 한 중앙당의 태도는 지역 시민사회의 로드맵과는 상당한 거리감이 느껴진다.

더 큰 문제는 단일화의 ‘범위’를 둘러싼 동상이몽이다. 일부 시민사회단체와 일부 소수 정당은 시장 후보는 물론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까지 묶는 포괄적 단일화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거대 여당인 민주당 내에서는 시장 후보를 넘어 기초의원까지 단일화 대상에 포함하는 것에 대한 반대 기류가 역력하다. 각 정당이 추구하는 가치와 지역 내 기반이 다른 상황에서, 모든 선거구를 하나로 묶어 ‘패키지 단일화’를 강요하는 것은 정당의 정체성과 후보들의 치열한 준비 과정을 무시하는 처사로 보일수도 있다.

시민사회의 역할은 유권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데 있다. 정치권이 교착 상태에 빠졌을 때 중재자 역할을 할 수는 있지만, 정당의 고유 권한인 후보 공천과 선거 전략의 타임라인까지 직접 설계하는 일이 적절한지 고민해볼 일이다. 각 정당 내부의 민주적 합의 절차나 중앙당의 전국적 선거 전략을 무시한 채 ‘반(反) 보수 결집’이라는 명분만 내세워 단일화를 밀어붙인다면, 이는 시민들을 위한 정치개혁이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정치공학적 야합’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단일화는 오롯이 정당과 후보들의 책임 있는 결단에 맡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