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속 면역 센서 깨우는 헤르페스 바이러스 DNA 바코드 발견
UNIST 이상준 교수팀 공동 연구
2026-04-27 정수진 기자
UNIST 생명과학과 이상준 교수팀은 성균관대, 제주대, IBS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헤르페스 바이러스 DNA 상의 ‘poly(T)’ 반복 서열이 면역 반응을 유도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27일 밝혔다.
헤르페스 제1형 바이러스는 전 세계 인구의 약 67%가 감염돼 있을 정도로 흔한 바이러스이다. 평소에는 면역계의 공격이 어려운 신경절에 숨어 있다가 면역 감시가 느슨해진 틈을 타 숙주 피부 세포를 감염시킨다. AIM2는 방어를 위해 출동한 숙주 대식세포 안에서 바이러스를 감지하는 센서 역할의 단백질이다.
다른 균주에 이 서열을 넣어주면 면역 반응이 새롭게 유도됐으며, 반복 서열의 길이가 길수록 반응이 강해지는 ‘길이 의존성’도 확인됐다.
또 동물 실험에서 poly(T) 반복 서열이 있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경우 염증 반응이 유도되며 바이러스 증식이 억제된반면, 이 서열이 제거된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면역 반응이 거의 일어나지 않고 바이러스가 빠르게 증식해 치명적인 감염으로 이어졌다.
연구팀은 이 poly(T) 반복 서열이 엠폭스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코로나바이러스 등 다양한 감염병 바이러스군에서도 폭넓게 보존되어 있다는 점도 방대한 유전체 데이터 분석을 통해 찾아냈다.
이상준 교수는 “인체 면역 센서가 생각보다 훨씬 정교하게 바이러스를 인식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혔다”며 “바이러스 자체를 직접 공격하는 치료법이 아닌 면역 센서의 활성도를 조절하는 치료법이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데, 이번 발견은 이러한 맞춤형 면역 조절 신약 개발의 이론적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이번에 확인된 반복 서열은 헤르페스뿐만 아니라 중증 질환을 유발하는 다양한 감염병 바이러스에서도 공통으로 보존되어 있기 때문에, 실제 환자의 질병 중증도와 바이러스 유전체 서열의 연관성을 추가로 규명해 다양한 감염병의 치료 전략을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성균관대학교 이주상 교수, 제주대학교 김의태 교수, 기초과학연구원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최영기 소장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수행된 융합 연구 성과이며,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4월 13일 온라인 게재됐다.
연구 수행은 한국연구재단(NRF) 우수신진연구사업, 국가신약개발사업(KDDF),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산업진흥원(KHIDI) 글로벌 의사과학자 양성사업, 한국형 ARPA-H 사업, 농림축산검역검사기술개발사업, 기초과학연구원(IBS),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사업, 동그라미재단, 그리고 유한양행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