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명사 특별기고] 선택,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지역·나라 정책 방향 결정 ‘위대한 선택’ 후보자들 공약 검증 소중한 한 표 행사 유권자 적극 참여로 행복한 미래 ‘도약’
봄이면 마음이 분주해진다. 이번 봄은 지방선거를 맞이해야 하기에 더욱 바쁘다. 벚꽃이 피는 속도만큼이나 벽보가 붙고, 확성기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골목을 채우게 된다.
선거는 어른들의 일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미래의 이야기다. 지금의 선택이 몇 년 뒤의 풍경을 바꾸고, 아직 투표권이 없는 이들의 삶까지도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미래 유권자’라는 말이 참 묘하게 들린다. 아직 권리를 갖지 못했지만, 이미 그 결과 속에 사는 존재다.
선거는 ‘누군가를 뽑는 일’이 아니라 ‘내 삶과 지역, 나라의 방향을 선택하는 일’이다. 단순히 한 표를 행사하는 행위를 넘어, 공동체의 미래를 함께 결정하는 책임 있는 시민의 태도와 직결된다. 유권자는 방관자가 아니라 주권자라는 자각을 가져야 한다.
지방선거나 총선과 비교할 만한 건 아니지만, 피선거권자로 나섰던 적이 있어서 선거에 관심이 큰 편이다. 비영리단체 회장과 부회장에 출마했었고, 승리와 패배 모두 경험했다. 승리의 환희와 패배의 고요한 무게는 사실 같은 길 위에 놓인 이정표다. 승리를 경험한 사람은 자신이 옳았다는 확신과 함께 더 큰 책임을 떠안는다. 지지의 환호 속에서도 그 환호가 기대와 약속의 무게라는 것을 깨닫는다.
패배를 경험했을 때,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왜 선택받지 못했는지’와 ‘무엇이 부족했는지’를 살피게 되었다, 이런 질문들은 마음을 아프게 하지만 가장 깊은 성찰을 하게 했다. 패배는 끝이 아니라, 더 단단해지는 시간이라 여긴다.
그 시간은 무너지는 시간이 아니라 다시 자신을 세우는 시간이다. 되짚어 보면, 얻은 게 많았다. 사람을 만나기 위해 현장을 알게 되었고, 무엇을 위해 서 있는지 더 분명해졌다. 패배는 사람을 멈추게 하지 않는다.
믿음이라 여겼던 관계의 무게를 돌아보게 하고, 미처 보지 못했던 사람들의 진심을 발견하게 한다. 등을 돌린 이에게서는 인간관계의 냉정함을 배우고, 뜻밖에 다가온 이에게서는 사람의 따뜻함을 배운다. 결국 선거는 누가 내 편인가를 가르는 일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으로 남을 것인가를 묻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패배하더라도 사람을 잃지 않고, 승리하더라도 사람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 일 사이에서 넓은 마음을 배우게 된다.
선거에 나서 본 사람은 공감할 것이다. 한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마음에 닿기 위해 수없이 고개를 숙이고, 수없이 스스로 돌아보아야 한다. 친했던 유권자에게 한 표를 호소했다가 속마음을 읽게 되면서 당황했을 수도 있다.
사실 패배를 맛본 후 제법 긴 시간 동안 실의에 빠졌다. 선거 패배 후의 마음은 쉽게 말로 다 다독일 수 없는 무게를 지닌다. 애써 걸어온 시간이 한순간에 멈춘 듯하고, 수많은 만남과 약속들이 허공에 흩어진 듯한 허탈감이 밀려들었다. 단순한 결과 이상의 상실이다. 패배 뒤에 찾아오는 실의는 노력의 부족이 아니라 진심이 깊었기 때문에 더 크게 오는 흔들림이다.
선거에 누군가는 이기고, 누군가는 지지만 모두가 배우고 성장한다. 중요한 것은 결과보다 과정 속의 태도다. 공정하게 경쟁한 뒤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 다시 시민과 공동체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요즈음 유권자들은 후보자의 정책과 공약, 경력 등을 꼼꼼히 살핀 뒤 표를 행사하겠다고 곧잘 말한다. 감정이나 이미지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태도는 비림직하다. 후보자의 공약이 현실적인지 지역과 공동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살펴보는 유권자가 늘어나고 있다. ‘내 선택이 떳떳한가’라는 질문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선택을 하겠다는 의지도 보인다.
선거는 다양한 생각이 공존하는 과정이다. 나와 다른 선택을 했다고 해서 비난하거나 배제하기보다,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한 표의 의미를 되짚는다. 한 표는 숫자가 아니라 미래의 선택이다. 그래서 한 표를 얻는다는 것은 누군가의 하루를 이해하는 일이다. 비바람 속에서 마주친 인사한 번과 짧게 나눈 눈빛 하나, 그 모든 것이 모여 마침내 한 표가 된다. 한 표를 얻는다는 것은 사람을 얻는 일이다. 그리고 그 마음을 잃지 않을 때 선거는 비로소 의미가 있다.
선거를 치를 때 가장 위험한 태도가 무관심이라 생각한다.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스스로 권리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작은 참여가 모여 민주주의를 지탱한다. 투표는 권리이자 의무이며, 실천이다.
선거는 하루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내일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한 장의 투표용지 위에는 각자의 삶과 희망이 얹혀 있다. 그 종이를 접는 순간, 우리는 단순한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의 방향을 함께 그려가는 시민이 된다. 조용하지만 가장 강한 힘은 한 표의 무게다. 후보자의 가치관과 도덕성은 어떤지 등 기준을 통해 이성적이고 균형 잡힌 선택을 해야 한다.
봄날에 벚꽃이 지고 나면, 나무는 다시 잎을 틔운다. 선거도 한 번의 선택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다. 그리고 그 시작의 중심에는 언제나 ‘미래 유권자’가 서 있다. 고은희 울산문인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