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개월 걸리던 반도체 설계, AI가 ‘단 하루’ 만에

UNIST 윤희인 교수팀, 경북대 공동 연구

2026-05-05     정수진 기자
[연구그림] 강화학습과 경사하강법을 결합한 LC-VCO 자동 설계 아키텍처. UNIST 제공
반도체 설계 전문가가 수주에서 수개월씩 걸려 작업하던 고성능 통신 반도체 회로 설계를 단 하루 만에 끝낼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이 개발됐다.

UNIST 전기전자공학과 윤희인 교수와 경북대학교 송대건 교수팀은 통신 회로인 LC 전압제어 발진기(LC-VCO)를 회로 설계 단계부터 실제 칩에 넣는 물리적 레이아웃까지 자동으로 설계해주는 AI 모델을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LC-VCO는 5G 같은 고속 통신 시스템에서 주파수를 만들어내는 반도체 회로다. 신호 잡음과 전력 소모를 줄이기 위해서는 인덕터, 트랜지스터 크기와 같은 변수를 잘 조합해 회로를 설계해야 하는데, 설계된 회로를 실제 칩 안으로 옮기기 위한 레이아웃 설계 단계에서는 회로 설계 단계의 조합이 깨지기 쉽다. 배선 굵기와 소자 배치에 따라 기생 효과가 더해지면서 주파수와 잡음 특성이 다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사진] 윤희인 교수(좌측)와 김성진 연구원. UNIST 제공
연구팀이 개발한 모델은 회로 설계와 레이아웃 설계를 통합해 최적화할 수 있다. 회로 설계 단계에서는 강화학습을 적용해 설계 변수들을 바꿔가며 목표 주파수와 성능을 만족하는 조합을 찾도록 했고, 실제 칩 구조가 결정되는 레이아웃 단계에서는 경사하강법을 이용해 배선 폭과 간격 같은 물리적 설계 변수를 성능이 개선되는 방향으로 반복적으로 보정하는 방식이다. 경사하강법은 현재 상태에서 성능이 더 좋아지는 방향을 따라 설계 값을 조금씩 조정해 최적의 조건을 찾아가는 최적화 기법이다.

연구팀은 “회로도 설계(Schematic)와 물리적 배치(Layout)를 개별적으로 최적화하던 기존 방식을 대신 AI가 두 단계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도록 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설계 과정에서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인덕터는 딥러닝 기반 예측을 활용해 전체 설계 시간을 크게 줄였다. 설계자의 반복적인 전자기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던 작업을 단 몇 밀리초(㎳) 만에 완료된다.

실험 결과, 기존의 자동 설계 방식이 약 119시간 소요되던 작업을 단 28.5시간 만에 완료해 설계 시간을 76% 이상 단축했다. 성능 지수(FoM) 또한 기존 연구 대비 월등히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

또 전이 학습이 적용돼 반도체 나노 공정 노드가 바뀌어도 기존에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설계를 이어갈 수 있다. 예를 들어 65㎚ 공정으로 학습한 AI는 40㎚나 28㎚ 공정에서도 처음 학습에 필요했던 데이터의 약 10%만 추가로 활용해 설계를 수행할 수 있다.

공동 연구팀은 “5G·6G 통신과 AI 칩의 핵심 부품인 주파수 생성 회로의 성능은 높이면서 설계 비용은 크게 낮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반도체 설계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차세대 공정으로의 전환 속도를 획기적으로 앞당길 수 있는 도구”라고 기대했다.

연구팀은 LC-VCO뿐만 아니라 다양한 아날로그/RF 회로 설계 자동화로 기술을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이번 연구는 UNIST 김성진 연구원과 경북대학교 이현수 연구원이 제1저자로 주도하였고 경북대학교 홍성민 연구원이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IEEE 반도체 회로 공학회에서 발행하는 권위 학술지인 ‘IEEE 집적회로 및 시스템 설계자동화(TCAD, Transactions on Computer-Aided Design of Integrated Circuits and Systems)’에 4월 3일 온라인 공개됐다.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NRF), 교육부(BK21 Four), 산업통상자원무(MOTIE), 반도체설계교욱센터(IDEC), 삼성전자, ㈜액시온 등의 지원 및 과기정통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의 ‘지역지능화혁신인재양성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