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태화강 철새 서식지 개인 수상스포츠 규제 마땅

2026-05-05     강정원 논설실장

  태화강은 수만 마리의 떼까마귀와 백로가 찾아오는 도심 속 세계적 철새도래지이자, 생태 복원의 기적을 상징하는 우리 지역의 자랑스러운 자연 유산이다. 그런데 이토록 중요한 생태 보전 구역이 일부 개인들의 무분별한 수상스포츠 활동으로 멍들고 있다. 수년째 지적된 문제임에도 지자체가 ‘법적 근거가 없다’는 핑계로 뒷짐만 지고 있는 현실은 참으로 개탄스럽다.

  최근 태화강 삼호·태화동 구간에서 카약, 패들보드 등 무동력 보트를 띄워 무리 지어 강을 누비는 개인 수상스포츠 행위가 빈번하게 목격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철새들이 쉬어가고 번식하는 서식지까지 구석구석까지 비집고 들어간다는 점이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야 할 은신처마저 레저 활동에 침범당하면서 철새들과 야생 동물의 서식지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현재 태화강에서 적법하게 수상스포츠가 허용된 구역은 하류 일대 수상스포츠센터부터 십리대밭교 및 태화강 전망대까지다. 철새들이 서식하기 좋은 모래톱과 갈대숲이 조성된 지역은 개인이나 동호회에 하천 점용 허가가 난 적이 단 한 건도 없다. 사실상 수상스포츠를 즐기는 시민들이 무단으로 강을 점용해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는 셈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관리 주체인 울산시와 중·남구청의 미온적인 태도다. 본지를 비롯한 지역사회가 이미 수년 전부터 이 같은 불법적 관행을 지적해 왔으나,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상황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하천법상 개인의 레저 행위를 강제할 제재 수단이 없어 계도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행정 당국의 해명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 낚시금지구역은 엄격히 지정해 관리하면서, 배를 띄워 철새들의 안식처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행위는 법이 없다는 이유로 방치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상위법인 하천법의 한계만 탓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국가는 하천의 자유 사용을 원칙으로 하더라도, 생태적 가치가 뛰어난 특정 구역에 대해서는 지자체가 조례나 자체적인 관리 규칙 제정을 통해 얼마든지 보호 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 태화강국가정원과 상류 생태보전구역의 이용 방향을 명확히 하고, 구역별 진입 제한이나 단속 근거를 담은 제도적 틀을 시급히 정립해야 한다. 울산시와 관할 지자체는 더 이상 ‘단속 사각지대’라는 변명 뒤에 숨지 말고, 실효성 있는 규제 방안과 철저한 관리 감독 대책을 즉각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