옻칠로 되살린 역사의 흔적

전호태 초대전 10일 개막 6월2일까지 경주 수오재서

2026-05-06     오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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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수오재 한옥갤러리에서 울산대학교 명예교수 전호태 작가의 옻칠역사화 초대전이 열린다. 오랜 기간 고분벽화와 암각화 연구에 매진해 온 학자가 화가로서 새로운 작업 세계를 선보이는 자리로 주목된다.

수오재 입택 3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이번 전시는 ‘흔적’을 주제로, 오는 10일부터 6월 2일까지 약 한 달간 진행된다. 200년 된 고택 사랑채에서 열리는 전시는 수천 년 전 암각화와 고분벽화의 이미지를 전통 옻칠 기법으로 재해석해 선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전시는 몽골 청동기 문명의 ‘사슴돌’에서 모티브를 얻은 연작을 비롯해 고구려, 신라 등 다양한 시대의 역사와 설화를 재구성한 작품들로 구성된다. 큰 뿔 사슴을 숭배했던 고대인의 흔적을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낸 작품이나, 신라 설화 ‘욱면 이야기’, 처용 설화를 재해석한 작업 등은 역사와 상상력이 결합된 독특한 화면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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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 전시는 연구자로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창작 영역을 확장해 온 작가의 변화가 집약된 자리다. 전 작가는 30여 년간 암각화와 고분벽화를 연구해 온 학자로 2023년 전각 작업을 시작으로 예술 활동을 본격화했으며 2025년 이후에는 옻칠을 회화 재료로 활용한 ‘옻칠역사화’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전호태는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를 거쳐 1993년부터 2025년 2월까지 울산대학교 역사문화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박물관장과 대학기록관장, 반구대암각화유적보존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 울산광역시 문화재위원과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으로도 활동했으며 현재는 울산대 명예교수로 있다.

그는 어린이와 청소년, 시민을 위한 역사 교양서를 다수 집필했으며 고구려 고분벽화와 한국 암각화 관련 전문 연구서도 여러 권 펴냈다. 장편 역사소설 3권과 사진 시 에세이 7권을 출간한 작가이자 시인이기도 하다. 또한 대한민국 서예문인화 대전, 대한민국 통일명인 미술대전, 국제 시와 서화 대전 초대작가로 활동하며 전각·서예·옻칠화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고 있다.

이번 전시는 개인 초대전으로는 다섯 번째로 작가는 옻칠 물감 특유의 깊이 있는 색감과 화려한 채색을 바탕으로 서로 다른 시대의 유물과 유적을 하나의 화면 안에 자연스럽게 결합시킨다. 작품 속 요소들은 시대와 성격이 다름에도 마치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어우러지며, 관람객에게 낯설면서도 편안한 인상을 준다.

작품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 관람객에게 이야기를 건네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특정 시대와 사건을 시각적으로 풀어내며, 역사와 신화, 설화를 현대적으로 다시 읽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편 전시 개막식에서는 1세대 마임 아티스트 유진규의 퍼포먼스가 진행되며 전 작가가 직접 암각화와 고분벽화 연구 여정을 소개하는 특별 강연도 마련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