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곁에 더 가까이”…서예 대중화 선언
[인터뷰] 한경선 울산서예단체총연합회장 “3년 임기내 열린 체험장 기틀 만들 것 한글 서예 가치와 사경 수행 정신 전파 미래세대 붓 잡을 수 있는 교육기회 확대”
2026-05-12 고은정 기자
최근 울산서예단체총연합회 신임 회장에 취임한 한경선 서예인은 앞으로의 3년을 ‘서예 대중화’의 시간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된 울산이 문화적 외연을 넓혀가는 흐름 속에서, 서예 역시 보다 열린 방식으로 시민과 만나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한 회장은 그동안 서예계 전시가 다소 정형화돼 있었다고 진단했다. 개인전과 단체전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지만, 일반 시민이 피부로 느끼고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장은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다. “시민들이 눈으로 쉽게 보고, 옛 추억도 떠올리고, 미래세대는 직접 붓을 잡아보는 자리로 전시가 바뀌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울산서예단체총연합회는 해마다 태화강국가정원 은하수다리에서 야외 전시를 열어왔다. 그는 “찾아오는 사람만 기다리기보다 우리가 찾아가 서예를 보여주고 함께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라며 “그렇게 해야 ‘서예가 이렇게 재미있고 아름다운 문화구나’ 하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생길 것”이라고 했다.
그가 유독 강조하는 것도 ‘마음가짐’이다. 빠르고 편리한 디지털 시대일수록 문방사우를 갖추고 먹을 갈며 자신을 글씨 쓸 수 있는 상태로 준비하는 시간이 더 귀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한 회장은 “요즘 캘리그래피에 관심이 많지만, 전통 서예의 정통성과 깊이를 함께 이해할 때 더 넓은 발전이 가능하다”라고 했다.
한 회장은 특히 미래세대와의 접점을 중요하게 본다. “예전처럼 학교 현장에서 서예를 접할 기회가 줄어든 만큼, 방학 특강이나 교육청 연계 프로그램 같은 방식으로라도 아이들이 서예를 만날 수 있게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의 서예 세계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사경이다. 사경은 불교 경전을 한 자 한 자 베껴 쓰는 작업으로, 한 회장은 오랜 시간 이를 수행처럼 이어오고 있다. 그는 “붓을 드는 순간이 곧 기도이기도 하지만, 사경은 그 기도의 결과물이 그대로 남는 작업”이라며 “그 결과물은 후대에 전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더욱 큰 가치가 있다”라고 말했다.
한때 그는 통도사 새벽기도에 1년 365일 중 350일 가까이 다닐 정도로 정진했고, 그 과정에서 사경의 의미를 더욱 깊이 받아들였다.
한편 한 회장은 회장 임기 동안 서예 대중화의 기반을 다지는 한편, 개인적으로도 한글 서예와 사경 작업을 더 깊이 이어갈 계획이다. 한글서예가 국가무형유산이라는 성과를 얻은 지금, 그 가치 또한 더 널리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서예가 더 이상 일부의 전유물이 아니라 시민 누구나 가까이할 수 있는 문화가 되도록 힘을 보태고 싶다”라고 말했다.
한 회장은 초대개인전과 부스전 18회를 열었으며, 부산 신년다례연과 한중교류전 등에서 서예 퍼포먼스를 선보여 왔다. 현재 울산서예가협회 회장과 현대서예문인화대전 부이사장, 울산미술협회 한글서예분과장 등을 맡고 있으며, 국가무형문화재 제141호 전통사경 전수자로 활동 중이다. 가슬서예와 가슬사경연구소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