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이야기] 연결의 시대, 고립된 사회
SNS 발전 친구 수백명 만드는 세상 관계 정의, 소비·선택 옵션으로 변질 비용이 아닌 ‘가치’로 인식 전환 필요
전 세계 인구의 60.6%에 해당하는 약 48억8,000만 명이 SNS를 이용하며, 하루 평균 2시간 26분을 소비한다. 이제는 스마트폰 하나만으로 전 세계 많은 사람들과 언제든 소통할 수 있고, 매일 여러 사람과 수십 번의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소셜미디어에는 수백 명의 ‘친구’가 있고, 온라인 커뮤니티는 각자의 관심 분야에 맞춰 새로운 관계를 끊임없이 만들어 낸다. 이처럼 우리는 연결된 시대를 만들어 가고 있다. 그러나 많은 연결망 속에서도 고립과 단절된 사람은 늘어나고, 연결은 넘쳐나지만 사람 간의 관계는 메말라 가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연결의 양이 관계의 깊이와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플랫폼은 사람을 ‘접속자’로 만들었다. 사람의 관계는 팔로워나 가입된 사람들의 숫자로 표시되고, 관심은 ‘좋아요’ 개수로 측정된다. 소통과 만남은 깊이보다 반응 속도가 더 중요해졌고, 공감은 긴 대화 대신 짧은 이모티콘으로 대체돼 간단히 처리된다. 축소된 관계 속의 서로의 관계는 점점 소비의 대상이 돼 필요할 때 접속하고, 불편하면 차단하는 구조로 사람 간의 관계는 책임이 아닌 선택 가능한 옵션으로 변해간다.
문제는 이같은 문화가 일상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공동체 교육을 말하지만, 입시는 철저히 개인의 성취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사회는 협력을 요구하면서도 시스템은 끊임없이 비교와 경쟁을 조장한다. 이러한 모순 속에서 타인은 동료가 아니라 경쟁자가 되기 쉽다. 사람 간의 신뢰는 점점 약화되고, 관계는 필요에 의한 전략으로 변해가고 있다.
개인의 고립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산물이다. 공동주택에 살면서도 이웃의 얼굴을 모른 채 살아가는 것은 이제 익숙한 일이다. 효율성과 속도를 우선하는 사회는 관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여유를 빼앗았고 그로 인한 피로감과 무력감이 남았다.
흔히 고립을 개인의 성격 문제나 사회성 부족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는 왜 서로를 돌볼 여유를 잃었으며, 갈등을 해결하기보다 관계를 단절하는 쪽이 더 쉬운 선택이 되었는가. 이는 개인의 도덕성보다 사회 구조의 방향과 더 깊이 관련돼 있다.
특히 디지털 환경은 감정의 즉각적 소비를 부추긴다. 분노는 빠르게 확산되고, 관심과 혐오는 클릭 수를 높인다. 알고리즘은 자극적인 콘텐츠를 우선 노출하고 사용자는 점점 비슷한 정보를 접하는 환경에 처하게 된다. 다름을 이해하기보다 배제하는 문화가 형성되고, 형성된 폐쇄적 공간에서 관계는 확장이 아니라 분열로 작동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인간적 관계를 필요로 한다. 힘든 순간에 필요한 것은 팔로워 수가 아니라 곁에 있어 줄 한 사람이다. 조직 역시 성과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신뢰와 책임의 기반이 약해질 때 공동체는 쉽게 무너진다. 결국 사회의 지속 가능성은 관계의 질에 달려 있다.
연결은 기술이 만들어 낼 수 있으나 관계는 기술이 대신할 수 없다. 관계는 시간과 책임, 그리고 불편함을 감수하는 태도를 요구한다. 갈등을 피하지 않고 대화로 풀어 가는 노력,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연습이 없다면 그 연결은 껍데기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연결의 시대에 고립이 심화되는 이유는, 우리가 관계를 비용으로만 계산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아닐까. 효율이 최우선 가치가 될 때, 느리고 복잡한 관계는 쉽게 뒤로 밀려난다. 그러나 인간은 효율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존재가 아니며 관계를 축소한 사회는 결국 신뢰의 붕괴라는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된다.
이제 필요한 것은 연결의 확장이 아니라 관계의 회복이다. 더 많은 접속이 아니라 더 깊은 만남, 더 빠른 반응이 아니라 더 책임 있는 대화가 요구된다. 사회 구조 역시 경쟁을 조장하는 방향에서 벗어나 협력과 신뢰를 제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연결돼 있으면서도 점점 고립되고, 그 고립은 고착화될 수 밖에 없다. 연결의 시대에 우리가 다시 공동체의 일원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관계를 비용이 아닌 가치로 재인식하는 전환이 필요하다. 그것이 고립된 개인을 다시 사회적 존재로 되돌리고 공존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정영혜 울산과학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북구어린이사회복지급식관리지원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