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학교 5곳 중 1곳 ‘철문’…시설 개방 놓고 ‘동상이몽’
지역 초·중·고교 244곳 중 20% 학생 안전·시설 관리 부담 등 이유 운동장·체육관 등 상시 개방 꺼려
2026-05-14 정수진 기자
14일 울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울산지역 초·중·고교 244곳 가운데 운동장을 상시 개방하지 않는 학교는 50곳으로 집계됐다. 학교급별로는 초등학교 123곳 중 26곳, 중학교 64곳 중 10곳, 고등학교 57곳 중 14곳이다. 전체 학교의 약 20%가 운동장을 주민들에게 개방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운동장 좀 씁시다” vs “학생 안전·관리는 누가?”
학교들이 밝힌 주요 미개방 사유는 방과후 수업과 학교 스포츠클럽 운영, 시설 공사, 기숙사 학교 운영, 학생 안전 문제, 시설 관리 부담 등이다.
현행 규칙상 학교장은 학생 안전과 재산 관리에 지장이 없는 범위 안에서 학교시설을 개방하도록 돼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다양한 현실적 제약이 따른다.
특히 주거 밀집 지역에서는 주민들의 학교시설 개방 요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울산 남구의 한 초등학교 인근 주민들은 주말과 저녁 시간대 운동장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은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공간이 부족하고 주민들이 운동할 장소도 마땅치 않다”라며 “학교 운동장이 비어 있는 시간만이라도 지역사회와 공유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반면 학교 측은 학생 안전과 관리 책임 문제를 가장 큰 부담으로 꼽고 있다. 한 초등학교 관계자는 “경비원이 있더라도 운동장만 계속 관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라며 “흡연이나 쓰레기 문제, 야간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가 크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학교 관계자는 “방과 후에도 학생들이 학교에 남아 공부를 하거나 스포츠클럽 활동을 하고 있다”라며 “학생들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외부인 출입까지 관리하는 것은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체육관 개방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학교 체육관이 본관 건물과 연결돼 외부인이 출입할 경우 교실과 행정실 등 교육 공간 접근을 완전히 차단하기 어렵고 운동부 훈련과 방과후 프로그램 등이 운영되고 있다는 이유다.
일부 학교는 관련 조례에 따라 운동장과 체육관을 사용료를 받고 제한적으로 개방하고 있다. 이용자들에게는 쓰레기 무단투기 금지, 화기 사용 금지, 음주·흡연 금지 등의 준수 사항도 함께 안내하고 있다.
#학교, 개방 이후 민원·안전관리 등 부담
학교 현장에서는 단순히 규칙만으로는 시설 개방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방 이후 발생하는 민원 대응과 시설 정비, 안전 관리 등의 업무가 사실상 학교와 교직원에게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다른 지역에서도 학교시설 개방을 둘러싼 갈등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인천시교육청이 학교 체육시설 무료 개방 확대 방침을 추진하자 교사와 학부모 반발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인천교육청은 학교장 책임 면책 조항을 마련하고 학교시설개방지원금 지원 방안 등을 내놓았다.
반면 경기 부천에서는 지자체와 도시공사, 학교가 협력해 시설 관리와 안전 업무를 분담하는 ‘학교시설 개방 위탁협약 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울산에서도 학교시설 개방 확대를 위한 움직임은 이어지고 있다. 울산시의회에서는 올해 초 지역사회 학교시설 이용 활성화를 위한 조례 개정 논의가 진행됐고, 학교 부담을 줄이기 위한 지원 체계 마련 필요성도 함께 제기됐다.
울산교육청 역시 올해부터 일부 학교를 거점학교로 선정해 학생과 교직원, 주민이 함께 학교시설을 활용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학교 공간을 지역사회와 공유하는 모델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지역 한 교사는 “학교가 지역사회와 공간을 공유하는 방향 자체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면서도 “학생 안전이 가장 우선인 만큼 관리 인력과 예산 지원이 충분히 뒷받침돼야 학교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개방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