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북구 100년 교회, 근대사의 시간을 품다

2026-05-18     고은정 기자

박중훈 전 북구향토사연구소장
‘북구문화’ 제21집서 재조명
지당마을 송정교회 설립사 주목

송정교회 신자들과 옛 건물모습. 박중훈씨 제공
울산 북구 송정동 지당마을의 송정교회가 지역 근대사의 시간을 품은 공간으로 다시 조명되고 있다.

울산북구문화원이 최근 발간한 <북구문화> 제21집에 실린 박중훈 전 울산북구문화원 북구향토사연구소장(박상진 의사 증손자)의 연구 「울산지역의 기독교 전래와 송정교회 설립」은 송정교회를 단순한 종교시설이 아니라 북구의 마을사와 생활사, 근대 전환의 흔적이 쌓인 장소로 주목한다.

연구는 송정교회를 ‘울산 북구에서 설립된 지 100년이 넘은 유일한 교회’로 짚으며, 병영교회에서 이어진 북구 초기 교회사 속 상징적 공간으로 해석했다.

송정교회 옛모습. 박중훈씨 제공
이번 연구는 교회 연혁을 정리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연구는 한국 개신교 전래와 울산지역 선교의 흐름을 먼저 훑은 뒤, 병영교회 설립과 송정교회 형성 과정으로 시선을 좁혀간다. 특히 울산지역 선교가 미국 북장로교와 호주 장로교 선교사들의 순회 전도를 거치며 자리 잡았고, 병영교회가 그 출발점 역할을 했다는 점을 정리하면서 송정교회의 뿌리를 지역 전체의 근대사 흐름 속에 놓았다.

연구에 따르면, 울산을 공식 기록으로 처음 찾은 서양 선교사는 미국 북장로교 소속 배위량이다. 그는 1893년 5월 울산을 방문한 뒤 일기에 좌병영을 지나 울산에 도착한 기록을 남겼고, 1894년 다시 울산과 병영 일대를 찾아 선교 거점 가능성까지 살폈다. 이 기록은 울산이 개신교 선교 초기부터 이미 주목받던 공간이었음을 보여준다. 이후 호주 장로교 선교사 브라운과 왕길지 등이 병영과 울산, 송정 일대를 오가며 전도와 교육 활동을 펼쳤고, 이 과정에서 북구 지역 교회 공동체가 서서히 형성된 것으로 연구는 보고 있다.

송정교회. 박중훈씨 제공
눈길을 끄는 대목은 선교사들의 일기가 오늘의 북구 마을사를 복원하는 자료로도 읽힌다는 점이다. 브라운 선교사의 1905년 기록에는 송정이 ‘송진’으로 적혀 있고, 자동·고불개·화동·화산 등 지금도 흔적을 짐작할 수 있는 인근 마을 이름들이 등장한다. 선교사가 며칠씩 머물며 주민들과 접촉하고, 여성들을 만나고, 장터와 마을을 오간 기록은 당시 북구 일대 생활상을 생생하게 전한다. 종교사 자료가 지역의 생활사와 지명사를 함께 비춰주고 있는 것이다.

연구는 또 송정교회가 병영교회에서 분립된 지당교회에서 출발했음을 짚으며, 오늘의 송정교회가 단순히 오래된 예배 공간이 아니라 북구 교회사에서 계보를 잇는 현장임을 보여준다.

박중훈 전 소장은 “100년이 된 교회지만 많은 이들이 그 역사와 존재를 잘 모른다”라며 “송정교회는 단순한 종교시설이 아니라 북구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라는 상징성은 물론, 근대기 북구 지역에 새로운 사상과 교육, 공동체 질서가 스며들던 과정을 증언하는 장소라는 점에서 지역사적 가치가 크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