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황산열차 중단’ 판결 환영, 이젠 온산선 폐선이다

2026-05-19     강정원 논설실장

 울산시민과 울주군민의 안전을 위협해 온 ‘황산열차’ 운행 중단에 대한 법적판단이 마무리됐다. 고려아연이 영풍을 상대로 벌인 ‘황산 취급대행 거래거절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때문이다. 그동안 유해화학물질 관리 부담과 안전 리스크를 지역사회에 전가해 온 영풍의 안일한 경영 태도에 법원이 엄중한 경종을 울린 당연한 결과다.

 이번 판결은 두 기업 간의 경영권 갈등이나 계약 분쟁의 승패를 넘어선 큰 의미를 지닌다. 영풍은 지난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자체적인 황산 처리 방안을 마련할 기회가 충분했음에도 위험 리스크를 고려아연과 울산 지역사회에 고스란히 떠넘겨왔다. 법원이 고려아연의 계약 거절을 ‘합리적 이유가 있는 정당한 조치’로 인정한 것은, 기업의 이익보다 근로자의 안전과 지역 주민의 환경권이 우선돼야 한다는 시대적 가치를 명확히 한 것이다.

 이번 승소로 경북 봉화 석포제련소에서 생산된 황산이 온산선 철도를 통해 울산 도심과 아파트촌을 관통하던 위험천만한 질주는 멈추게 됐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하고 멈출 수 없다. ‘황산’이라는 위협은 걷어냈지만, 온산선 철도 자체가 가진 도시 단절과 발전 저해라는 해묵은 과제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온산선 폐선은 남울주 지역의 미래 지형도를 바꿀 핵심 열쇠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남창역에 KTX-이음 준고속열차가 정차하기 시작하면서 남울주는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맞이했다. 그러나 남창역이 관문역으로서 제 기능을 하고 역세권을 확충하려면 역사 뒤편 부지 개발이 필수적이지만, 온산선 철로가 이 모든 가능성을 제약하고 있다. 울산시가 추진 중인 10만명 규모의 남울주 신도시 조성 역시 온산선 폐선 없이는 반쪽짜리 계획에 그칠 수밖에 없다.

 물론 남은 과제가 만만치 않다. 황산 수송은 중단됐지만 에쓰오일의 군수용 항공유 수송 등 국가 안보와 직결된 물류 기능이 여전히 온산선에 걸려 있다. 국토교통부가 폐선 비용을 울산시에 떠넘기려는 ‘원인자 부담’ 논리도 부담이다. 

 그러나 주민의 안전과 지역의 미래가 걸린 일에 양보란 있을 수 없다. 울산시와 울주군은 정부가 올해 하반기에 내놓을 예정인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온산선 폐선 또는 주거지 우회 이설 계획을 반드시 포함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