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울산 중증외상 골든타임 사수 ‘달리는 응급실’
[이슈진단_지역 응급의료체계 중추 ‘닥터 119’] (상)‘닥터 119’가 만든 생존 기적
지난해 7월 28일 울산 북구의 한 병원 주차장에서 20대 여성 A씨가 30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40회 이상 찔려 과다출혈, 장기손상, 골절 등 사망 직전에 이를 정도의 치명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병원에서 가능한 응급수술은 1차로 마쳤지만, 흉부외과 수술이 필요한 상태였다. 다행히 적기에 출동한 닥터 119를 통해 울산대병원으로 안전하게 이송돼 수술을 받았다. A씨는 재활 과정을 거치며 회복 중이다. 지난달에는 새 직장을 구해 사회생활도 이어가고 있다.
‘닥터 119’는 외상 전문 의료진이 구급차에 동승해 사고 현장 또는 이송 중인 환자에게 직접 달려가는, 말 그대로 ‘달리는 응급실’이다. 지역 응급의료체계의 중추로 활약중인 닥터 119가 만든 생존 기적의 순간을 A씨를 통해 직접 들었다.
“닥터 119가 아니었으면 지금의 제가 있었을지 모르겠어요.”
최근 취재진이 만난 A씨는 그날을 회상하며 이같이 밝혔다.
사고를 당한 A씨는 눈은 안 떠지는데 주변 소리는 다 귀로 들어왔다. 급박한 상황에 이대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당시 부상으로 심장으로 가는 혈관 3개가 있는데, 이어지는 부분이 손상을 입어 촌각을 다투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병원에 있던 의료진이 울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있어서 1차 응급수술에 들어가기 전 망설임 없이 닥터 119를 보내달라고 요청했고, 응급수술 후 A씨를 곧바로 울산대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었다.
울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가 연락을 받은 시간은 오후 5시 14분, 닥터 119에 요청해 의료진을 태운 뒤 A씨가 있는 병원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 44분, A씨를 태워 울산대병원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 57분. 병원에서 병원까지 이송에 걸린 시간은 불과 13분이었다.
당시 상황에 대해 김지훈 울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기흉상태가 커지고 출혈도 있었던 상태여서 부상 콘트롤이 급하게 필요했다. 2~3분 간격으로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질 수 있었다”며 “가장 주요했던 점은 병원 간 이송은 119와 사전에 협의한 상태가 아니었는데, 119에서 흔쾌히 출동해줘서 신속하게 환자를 살릴 수 있었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환자 발생 현장에만 가던 체계에서 병원 간 이송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만약 닥터 119가 운영체계에 얽매여 출동하지 않았다면 사설 구급차를 기다리는 등 15~20분의 시간이 더 소요됐을 것이란 게 김 센터장의 설명이다.
A씨는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닥터 119 안에서 자신을 위해 애쓰는 의료진에 정신적으로 매우 든든함을 느꼈다고 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죽을 고비를 넘긴 뒤였다.
이후 지난 1월 재활을 마친 A씨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부상이 심했고 장기간 재활 기간을 가진 탓에 이전처럼 병원에서 3교대 근무는 어렵지만, 파트타임 근무를 하며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다만 아직 손상된 손가락 신경이 다 돌아오지 않았고, 성형외과 적으로도 흉터 재건술 등을 받아야 한다. 또 정신과적 치료도 받고 있다.
A씨는 “간호사로 근무했지만, 닥터 119라는게 있는지도 몰랐다. 그런데 막상 직접 도움을 받고 보니 환자들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제가 다시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는 건 닥터 119 덕분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