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건강] 초기 무증상 위·대장암…‘정기 검진’이 살길
[최제형 동천동강병원 전문의_소화기질환과 내시경 검사]
소화기질환은 우리 일상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된 건강 문제 중 하나다. 음식 섭취와 소화, 배설에 이르는 전 과정이 삶의 기본을 이루는 만큼, 소화기관의 이상은 삶의 질을 직접적으로 떨어뜨린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소화불량이나 속쓰림, 복부 불편감 같은 증상을 가볍게 여기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무심코 넘긴 증상이 치료시기를 놓치고 병을 키우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최제형 동천동강병원 소화기내과 전문의와 소화기질환에 대해 들어봤다.
#소화기질환
소화기질환에는 위염, 위궤양, 역류성 식도염과 같은 비교적 흔하고 경한 질환부터 위암, 대장암과 같은 중대한 질환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국가암지식정보센터의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대장암 발생자 수는 3만2,610명, 위암은 2만8,943명으로 각각 우리나라 암 발생 3위와 5위를 차지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위암과 대장암의 발생률이 높은 편에 속한다. 이는 식습관, 생활환경, 그리고 위암의 경우 헬리코박터균 감염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특히 한국인에게 위암 발생률이 높은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헬리코박터균은 위장 점막에 지속적인 염증을 일으켜 위축성 위염이나 장상피화생으로 진행되게 만든다. 이는 결국 위암의 발병률을 높이는 직접적인 불씨가 된다. 대장암 역시 서구화된 식습관 외에도 만성적인 염증성 장질환이나 대장 용종의 역사와 깊은 관련이 있다.
대장용종 중에서도 ‘선종성 용종’은 시간이 지나면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시한폭탄과 같다. 기름진 음식, 붉은 고기 및 가공육의 과도한 섭취는 장내 독소 물질을 늘리고 대장 점막을 자극하여 이러한 용종의 발생을 부추긴다. 결국 내가 무심코 먹는 음식과 체내의 숨은 유해 요인들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암의 씨앗을 뿌리고 있는 셈이다.
#증상
문제는 이러한 질환들이 초기에는 뚜렷한 증상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위암의 경우 상당히 진행되기 전까지는 단순한 소화불량이나 가벼운 복통 정도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대장암 역시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거나 배변 습관의 미세한 변화 정도로만 나타나기 때문에 환자가 스스로 인지하기 어렵다. 복통, 혈변, 배변 습관 변화 등의 증상이 뚜렷해졌을 때는 이미 질환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소화기질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기 발견’이다. 조기에 발견된 질환은 치료가 비교적 간단하고 예후도 좋은 반면, 늦게 발견된 경우 치료가 복잡해지고 생존율 역시 낮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위암과 대장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내시경적 절제만으로도 완치가 가능한 경우가 많다. 이는 환자의 신체적 부담을 줄이고 회복 기간을 단축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치료
과거에는 위암이나 대장암 진단을 받으면 배를 가르는 큰 수술을 먼저 떠올렸지만, 암세포가 점막층이나 점막하층의 일부에만 국한된 초기 단계라면, 전신마취를 하고 개복이나 복강경 수술을 하지 않고도 ‘내시경 점막하 박리술(ESD)’ 등을 통해 암 덩어리만 정밀하게 긁어낼 수 있다. 이 치료법은 피부에 흉터를 남기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장기의 본래 기능을 그대로 보존할 수 있다는 엄청난 장점이 있다. 수술 후 겪어야 하는 소화 장애나 덤핑 증후군 같은 부작용이 거의 없고, 입원 기간도 며칠 이내로 짧아 일상으로의 복귀가 눈에 띄게 빠르다. 조기진단이 단순히 생명을 구하는 것을 넘어, 치료 이후의 삶의 질까지 평화롭게 지켜주는 핵심 열쇠인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예방
소화기질환의 발생에는 생활습관 및 유전, 환경적 요인이 다양하게 작용한다. 자극적인 음식, 과도한 음주, 흡연, 불규칙한 식사, 스트레스 등은 위장 점막을 손상시키고 장 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다. 또한 가공식품과 육류 위주의 식단은 대장 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균형 잡힌 식단과 규칙적인 생활, 적절한 운동은 소화기 건강을 유지하는 데 기본이 된다.
하지만 아무리 생활습관을 잘 관리하더라도 질환을 완전히 예방하는 것은 어렵다. 개인의 유전적 요인이나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더 높은 주의가 필요하다. 이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 요소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검진과 내시경 검사가 필수적이다.
일부 환자들은 내시경 검사에 대한 불편감이나 두려움 때문에 검사를 미루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수면내시경이 보편화되어 검사에 대한 부담이 크게 줄어들었다. 검사 시간도 길지 않으며, 비교적 안전하게 시행된다. 연령에 따라 권장되는 검사 주기도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위내시경은 40세 이후 2년에 한 번, 대장내시경은 50세 이후 5년에 한 번 정도를 권장한다. 다만 개인의 건강 상태나 가족력, 이전 검사 결과에 따라 검사 주기는 달라질 수 있다.
#내시경 검사
내시경 검사는 단순한 질병 진단을 넘어 예방의 의미를 가진다. 예를 들어 대장내시경을 통해 용종을 조기에 제거하면 대장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크게 낮출 수 있으며, 위내시경을 통해 이상소견이 보일 경우 조직검사를 통해 일찍이 질환을 발견할 수 있다. 한 가지 더 주목해야 할 점은 최근 20대와 30대의 젊은 층에서도 위암과 대장암 발병률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젊은 세대의 경우 ‘설마 내가 암이겠어?’ 하는 안일한 생각에 증상을 방치하다가, 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병원을 찾는 안타까운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젊은 층에서 발생하는 위암은 진행 속도가 빠르고 전이가 잘 되는 ‘미분화형 위암’의 비율이 높아 더욱 치명적이다.
따라서 국가검진 대상연령인 40~50세에 도달하지 않았더라도, 만성적인 소화불량이 지속되거나 이유 없는 체중 감소, 가계에 소화기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라면 나이와 상관없이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적극적으로 내시경 검사를 받아보아야 한다.
#당부
소화기질환은 작은 증상 하나가 중요한 신호일 수 있으며, 아무런 증상이 없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건강 상태를 정확히 알고,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건강검진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사망원인 1위인 암을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율을 높이고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국가 암검진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본인의 연령에 맞춰 대상이 되는 검진을 무료 또는 적은 비용으로 받을 수 있으므로 바쁘다고 해서 검진을 거르지 말고 주기적은 검사를 통해 몸 상태에 꾸준히 관심을 가질 것을 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