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브로이’ 실패에…수천만원 수제맥주 설비 고철 신세
울산 중구, 9억원 투입 사업 좌초 최대 4000만원 구입 제조 설비 무상 양여·공매 등 시도 모두 유찰 247만5000원에 폐기 처분키로
2026-05-20 윤병집 기자
20일 중구에 따르면 최근 성안동 일원에 보관 중인 수제맥주 제조 설비를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설비는 맥즙 제조기와 발효·숙성 탱크, 냉각·세척 장비 등으로 구성된 첨단 시스템으로, 당초 도심 호프거리 활성화를 위한 ‘낭만브로이’ 사업 핵심 인프라로 도입됐다.
하지만 사업이 사실상 폐기되면서 설비 역시 활용 방안을 찾지 못했다. 중구는 올해 초 해당 설비를 불용품으로 전환한 뒤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무상 양여 공문까지 발송했지만, 이를 인수하겠다는 곳을 찾지 못했다.
이후 중구는 지난 3월부터 두 차례 공개 매각을 추진했지만 모두 유찰됐다. 사업 당시 약 3,000만~4,000만원에 샀던 가격의 절반 수준인 2,000만원에 수제맥수 설비를 내놓았지만 응하는 사람이 없었다. 중구는 울산 유명 수제맥주 업체인 ‘트레비어’와도 설비 활용 가능성을 논의했지만, 설비 호환 등이 맞지 않아 협의는 최종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중구는 추가 보관 비용과 관리 부담 등을 고려해 설비를 고철로 폐기 처분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매각 비용은 247만5,000원으로, 수천만원을 들인 설비가 도입가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에 처분되는 셈이다.
앞서 중구는 지난 2020년 9억여원을 들여 원도심 호프거리 활성화를 목표로 지역 특화 수제맥주 브랜드 ‘낭만브로이’를 육성했지만, 수제맥주 시장의 쇠퇴와 협동조합의 방만한 운영 등이 겹치며 사업 폐기 수순을 밟았다.
수제맥주 제조 교육과 체험이 가능한 공방을 꾸렸지만 주 고객이 돼야 할 주류 판매점들의 큰 호응을 얻지 못했고, 자체 생산·브랜드 수제맥주 개발도 하지 않는 등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점이 사업 실패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여기에 설비 규모를 주류 제조·판매가 가능한 최소 기준인 500ℓ에 못 미치는 300ℓ 규모로 마련하는 바람에, 외부에서 수제맥주를 따로 공급받아 판매하는 등 공급처의 기능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중구 관계자는 “수제맥주 설비를 그대로 둘 순 없어서 양도할 수 있는 방안을 최대한 검토했지만 인수 희망자가 없었다”며 “장기간 보관도 현실적으로 어려워 최종 폐기 처분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