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려아연 노조의 정책 요구, 지역 정치권은 답해야
6·3일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울산 정치권에 무거운 과제가 던져졌다. 고려아연 노동조합이 어제 울산지역 후보들을 향해 ‘고려아연 수호’를 핵심 경제공약으로 채택해 달라고 공식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노조는 정책건의서를 통해 약탈적 사모펀드의 국가기간산업 침탈에 대한 명확한 반대 입장 표명과 함께, 여야를 초월한 ‘MBK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후보들은 물론 지역 정치권 전체가 이들의 절박한 외침을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될 것이다.
노조가 이처럼 직접 선거 국면에 뛰어들어 정치권을 압박하고 나선 것은 고려아연이 처한 위기감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 간의 경영권 분쟁은 1년 반이 넘도록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장기전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는 ‘국가핵심기술’ 지정 등을 방패로 한 현 경영진이 판정승을 거두긴 했지만, 지분율 싸움은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이 과정에서 현장 노동자들과 지역사회가 느끼는 불안감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사모펀드가 인수한 뒤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으로 내홍을 겪은 타 기업의 사례는 노동자들에게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노동자들이 50년 넘게 피와 땀으로 쌓아올린 세계 최고의 제련 기술력과 일터가 단기 차익을 노리는 자본의 손에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은 지극히 당연하다.
더욱이 고려아연은 단순한 하나의 향토기업이 아니다. 울산 경제의 버팀목이자, 대한민국 핵심 광물 생산기지로서 글로벌 공급망 안보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국가적 자산이다. 최근 고려아연은 경영권 분쟁의 와중에도 온산제련소 가동률 100%를 유지하며 올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영업이익 7,461억원)을 갈아 치웠다. 105분기 연속 흑자라는 대기록은 현장 노동자들의 단결된 헌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성과다.
이런 기업이 흔들리면 울산 경제의 뿌리가 흔들리고, 국가 산업경쟁력에 치명적인 공백이 생기게 된다. 노조의 지적대로 이번 지방선거는 110만 울산시민과 함께 향토기업을 지키고, 국가의 경제·안보 자산을 수호할 용기 있는 리더를 검증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 울산의 미래를 책임지겠다고 나선 후보들이라면 여야를 떠나 고려아연 노조의 목소리에 확실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지역 정치권의 책임 있는 결단과 행동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