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물 뒤범벅 철창 속 ‘죽음의 순번’ 기다리는 개들

울산서 식용 목적 운영 개농장 성업 비위생·참혹한 환경 168마리 사육 농장주 “내년 2월까지 단계적 감축” 식용 아니면 도살…구제 대책 부재

2026-05-21     신섬미 기자
울산 울주군 온산읍의 한 개농장에서 오염되고 녹슨 철창 안에 힘없이 축 늘어져 있는 개들의 모습.
울산 울주군 온산읍의 한 개농장에서 오염되고 녹슨 철창 안에 힘없이 축 늘어져 있는 개들의 모습.
울산에서 식용 목적으로 운영되는 개농장이 여전히 성업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농장주는 내년 2월 ‘개식용종식법’ 시행 전까지 단계적으로 개체 수를 줄여나가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사실상 폐업 전까지 유통을 지속하겠다는 의미여서 남은 개들은 합법의 탈을 쓴 ‘시한부 선고’를 받은 상태다.

#합법의 탈 쓴 ‘시한부 선고’ 받은 개들

21일 찾은 울주군 온산읍의 한 마을 깊숙이 들어가자 슬레이트 지붕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농장이 나타났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오염되고 녹슨 철창 내부에서 힘없이 축 늘어져 있는 누런 대형개들이 목격됐다.

농장 안쪽으로 들어가자 예상보다 훨씬 빽빽하게 들어찬 철창들이 끝없이 이어졌고, 그 안에서 잔뜩 겁에 질린 눈빛의 개들이 일제히 거칠게 짖어댔다.

철창 상태는 참혹했다. 곳곳이 뒤틀린 채 훼손됐고 바닥에는 배설물 등 오물과 빗물이 뒤섞여 위상 상태가 심각했다.

언뜻 보기에도 개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흔적이 역력했다.

이처럼 최소한의 사육 환경조차 갖춰지지 않아 질병 노출 위험도 커 보였다.

울산 울주군 온산읍의 한 개농장 전경.
울산 울주군 온산읍의 한 개농장에서 오염되고 녹슨 철창 안 개들이 사람을 발견하고 긴장하고 있다.
이 개농장은 1999년부터 27년 넘게 식용으로 판매하는 개를 사육·유통해왔다. 현재 농장 내에서 도살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부지는 농지로 되어 있어 농업 외 목적으로 운영하려면 관계 법령에 따라 농지전용 허가 또는 신고를 해야 하지만 이 농장은 해당 절차 없이 운영 중이었다. 이외에도 무단신축 등 건축법 위반 사항도 확인됐다.

다만 내년 특별법 개정을 앞두고 폐업 수순을 밟고 있는 중이라고 울주군은 설명했다.

농장주는 지난 2024년 1월 ‘개 식용 목적의 사육, 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대한 특별법’인 이른바 ‘개식용 금지법’ 제정에 따라 같은 해 7월 울주군에 개식용 종식이행계획서를 제출했다.

해당 법이 3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7년 2월 본격 시행함에 따라 그 전달인 1월까지 개체 수를 줄인 후 문을 닫겠다는 내용이다.

이에 지난해 500여마리였던 개체 수는 올해 3월 기준 168마리로 줄었다.

#내년 2월 금지법 시행 전까지 ‘배짱’

울주군에 따르면 개식용 종식이행계획서를 제출한 개농장은 이 농장을 포함해 총 6군데이며, 현재 3군데는 폐업하고 나머지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단계적 감축은 결국 남은 8개월 유예기간 동안 현재 있는 개들을 식용으로 유통하고 도살 처분하겠다는 것이어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철창 속 개들은 합법의 탈을 쓴 ‘시한부 선고’를 받은 채 죽음의 순번을 기다리고 있는 것과 다름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잔여 개들의 도살을 막을 뾰족한 묘수가 없어 절망감을 키우고 있다.

한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개들을 구조한다고 해도 유기동물보호소에 가게 되면 10일 뒤 안락사를 당하게 된다”라며 “불법을 정상화하기 위해 너무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지만 대안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식용으로 도살당해서 죽느냐, 안락사를 당하느냐인데 결국 생명을 온전히 살릴 수 있는 출구는 어디에도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