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권익위원 칼럼] 바이오가스 전환, KTX 울산역 악취 개선 ‘골든타임’

KTX 울산역 내리는 순간 악취 진동 ‘불쾌’ 인근 퇴비 자원화 시설 서울주 성장 리스크 환경 살리는 바이오가스 행정적 지원 절실

2026-05-21     정연진 머거본 세계식품㈜ 대외협력 총괄본부장·본지 독자권익위원
정연진 머거본 세계식품㈜ 대외협력 총괄본부장·본지 독자권익위원 

  KTX 울산역에 내리는 방문객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울산의 역동적인 첫인상이 아닌, 정체불명의 불쾌한 냄새다. 특히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이면 악취는 더욱 기승을 부린다. 주민들의 삶을 뒤흔들고 지역 이미지를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단순한 생활 민원으로 치부하기엔 서부 울주권(서울주)의 마스터플랜이 걸린 심각한 환경 이슈다.

  필자는 지난 2020년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의 지역사회 문제해결형 리빙랩 연구과제를 통해 삼남읍 악취 문제를 두고 주민들은 물론 산·학·연·관 대표들과 3개월간 머리를 맞댄 기억이 있다. 당시에도 치열하게 논의했듯, 이 문제는 규제와 단속만으로는 풀 수 없는 곪을 대로 곪은 구조적 난제다.

  이 악취의 진원지는 약 25년간 공공 영역이 감당하지 못한 음식물 쓰레기와 가축분뇨를 처리해 온 재래식 퇴비 자원화 시설이다. 노후화된 건축물과 개방형 발효 방식 탓에, 기압이 낮고 습도가 높은 날이면 메탄가스와 복합 악취가 여과 없이 외부로 유출되곤 했다.

  이로 인해 주민들은 벌써 17년째 민원을 제기 중이다. 지자체의 행정처분과 시설개선명령이 반복적으로 이뤄졌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사업자는 막대한 비용 부담에 허덕이고, 지자체는 대체 처리시설 부족으로 강력한 조치를 주저하며, 주민들은 고통을 고스란히 떠안는 삼중고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악취 문제로 인해 인근 전원주택 매도자와 매수자 간의 민사 소송까지 불거질 만큼 주민 삶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악취가 서울주의 미래 성장동력을 가로막고 있다는 점이다. KTX 울산역 일대는 복합특화단지와 도심융합특구 조성 등 「2035 울산도시기본계획」에 따른 서부 울주권의 핵심 거점이다. 대규모 주거단지와 교육·산업시설이 들어설 자리에 악취가 버티고 있다면 신규 입주민의 집단 민원은 불 보듯 뻔하며, 기업과 공공기관 유치 역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악취는 이제 환경 문제를 넘어 도시 성장의 치명적인 리스크다.

  다행히 KTX울산역 악취 잔혹사를 끝낼 수 있는 결정적 전환점이 찾아왔다. 올해부터 민간을 포함한 일정 규모 이상의 유기성 폐자원 배출 시설에 바이오가스 생산이 의무화되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 말 국회를 통과한 「유기성 폐자원을 활용한 바이오가스의 생산 및 이용 촉진법」이 본격 시행되는 것이다.

  이제 지자체와 사업자는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해 자체 바이오가스 시설을 구축하거나 전문 위탁 처리를 통해 생산 실적을 확보해야 한다. 이미 창녕군, 함안군, 논산시, 천안시 등 전국 여러 선도 지자체들은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문제가 된 서울주 지역 시설 역시 이러한 정책 변화에 맞춰 전문업체((주)HC에너지)와 손잡고 기존의 재래식 방식을 밀폐형·가스 회수 기반의 현대화된 바이오가스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전환이 성공하면 악취의 외부 유출이 원천 차단됨은 물론, 메탄가스를 신재생 에너지로 바꾸고 친환경 퇴비까지 생산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울산시가 추진하는 탄소중립 및 RE100 정책에도 완벽히 부합하는 대안이다.

  정부 시책이라는 강력한 돛을 달았지만, 실질적인 항해를 위해서는 지자체의 과감한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아무리 좋은 기술과 민간의 전환 의지가 있어도 행정 절차에 가로막히면 타이밍을 놓친다.

  첫째, 시설 현대화를 위한 건축 변경 인·허가 절차를 과감하게 간소화해야 한다. 둘째, 환경부와 농림부 등의 정부 지원사업 대상에 포함되도록 지자체 차원의 재정적·기술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셋째, 주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악취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서울주의 악취 문제는 오랜 세월 해묵은 숙제였지만, 지금은 바이오가스 정책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타고 가장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이를 단지 민원 방어용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지역 환경 개선, 신재생 에너지 확보, 도시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달성하는 ‘친환경 상생 모델’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KTX 울산역의 공기가 악취에서 미래 에너지로 바뀌는 순간, 울주군은 진정한 지속가능한 미래도시로 도약할 것이다. 지자체의 전향적이고 신속한 행정 지원을 기대한다. 정연진 머거본 세계식품㈜ 대외협력 총괄본부장·본지 독자권익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