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보행자 위협 야음사거리 횡단보도, 빠른 정비가 답

2026-05-25     강정원 논설실장

  교통 행정의 최우선 가치는 두말할 필요 없이 ‘시민의 안전’이다. 아무리 차량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신호 효율을 높인다 한들, 그 과정에서 보행자의 생명이 위협받는다면 본말이 전도된 행정일 뿐이다. 현재 울산 남구 야음사거리 일대 횡단보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찔한 풍경이 딱 그렇다.

  지난해 야음사거리에서는 교통사고를 줄이고 교차로 통과 시간을 단축하겠다며 횡단보도를 교차로 안쪽으로 옮기는 개선 사업이 이뤄졌다. 하지만 교차로 효율을 높이겠다는 설계는 오히려 보행자를 위험으로 내모는 부작용을 낳았다. 본지 취재팀이 확인해보니 한 번에 건너던 길을 두 번에 걸쳐 건너게 만들면서 동선이 꼬였고, 이에 불편을 느낀 시민들이 무단횡단으로 내몰리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빚어지고 있었다.

  구조적인 결함은 이뿐만이 아니다. 신호등과 횡단보도의 이격 거리가 너무 멀어 보행자가 신호를 즉각 인지하기 어렵고, 보행 신호 시간마저 짧아 노약자들은 길을 다 건너기도 전에 차들과 맞닥뜨려야 했다. 게다가 석유화학단지로 향하는 대형 트럭과 통근버스의 통행이 잦은 곳임에도 횡단보도와 차도의 간격이 지나치게 좁다. 여기에 야음시장 방향으로 진입하는 우회전 차량의 동선까지 엉키면서 이곳은 그야말로 ‘언제 사고가 나도 이상하지 않은 곳’이 됐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야음사거리 인근에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이 준공을 앞두고 있다. 입주가 시작되면 유동 인구와 차량 통행량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급증할 것이 자명하다. 지금의 기형적인 교통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입주가 이뤄진다면, 야음사거리는 보행자에게 가장 위험한 현장이 될지도 모른다.

  행정의 실책을 인정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진짜 부끄러운 것은 위험을 뻔히 알면서도 늑장 대응으로 화를 키우는 것이다. 관할 기관인 울산경찰청도 구조적 문제점과 시인성 저하, 시민들의 불편을 인지하고 대책을 고심 중이라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경찰은 아파트 입주 시기에 맞춰 도로 폭 확보와 연계한 정비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시민들의 안전은 단 하루도 유예될 수 없다. 당장 할 수 있는 조치부터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 신호등을 이설해 시인성을 확보하고, 보행 신호 시간을 대폭 늘리는 등 즉각적인 보완책이 시급하다. 보행자의 안전을 외면한 교통 효율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