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다독이는 세 권의 책…각자의 언어로 전하는 울림

능행 스님 산문집 ‘생의 모닥불’ 엄덕이 시인 시집 ‘네 이름이…’ 이선옥 첫 시집 ‘돌담을 치고 나서’

2026-05-27     고은정 기자
삶과 죽음, 효와 가족, 자연과 유년의 기억을 담은 신간 세 권이 독자를 만난다. 능행 스님의 산문집 『생의 모닥불』, 엄덕이 시인의 시집 『네 이름이 섬진강이라 다행이다』, 이선옥 시인의 첫 시집 『돌담을 치고 나서』는 각자의 언어로 삶의 안쪽을 비추며 조용한 울림을 전한다.

◆호스피스 현장서 길어 올린 삶·죽음의 기록

능행 스님 산문집 ‘생의 모닥불’

능행스님. (재) 정토마을 제공
불교 호스피스의 선구자로 알려진 능행 스님이 산문집 『생의 모닥불』(김영사)을 펴냈다. 스님은 지난 30년 가까이 임종 현장에서 수천 명의 마지막 길을 배웅해 왔다. 『생의 모닥불』은 그 길 위에서 마주한 수많은 얼굴과 목소리, 그리고 남겨진 이들의 숨결을 통해 삶과 죽음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책이다. 무겁고 비장한 ‘죽음의 이야기’라기보다, 죽음을 곁에 두고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결국 무엇으로 서로를 위로할 수 있는지 묻는 ‘삶의 책’에 가깝다.

생의 모닥불
책에는 짧은 산문과 시 150편가량이 실렸다. 능행 스님 특유의 간결하고 다정한 문체는 독자를 단번에 붙잡는다. 아주 큰 소리로 위로하지 않지만, 읽는 이의 마음 한구석을 오래 따뜻하게 데운다.

호스피스 병동의 새벽, 병실의 낮은 숨소리, 가족의 떨리는 손끝 같은 장면을 장식 없이 담담히 적어 내려가면서도, 문장의 끝에서는 늘 따뜻한 온기가 남는다. 스님은 죽음을 “늘 곁에 있는 사실”로 바라보라고 말한다. 죽음을 외면하거나 미화하는 대신, 그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오히려 삶을 더 또렷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능행 스님은 1993년 출가 이후, 국내 불교 호스피스의 길을 개척해 왔다. 2000년 불교계 최초의 독립형 호스피스 시설 ‘정토마을’을 세웠고, 2013년에는 울산 울주군에 호스피스 전문 ‘정토마을 자재병원’을 개원했다.


◆효심으로 길어 올린 시의 강물

엄덕이 시인, 다섯 번째 시집 ‘네 이름이 섬진강이라 다행이다’

엄덕이. 본인 제공
네 이름이 섬진강이라 다행이다
엄덕이 시인이 다섯 번째 시집 『네 이름이 섬진강이라 다행이다』(세종출판사)에서 펴냈다.

이번 시집에는 엄 시인의 작품 56편이 실렸다. 여기에 2023년 엄덕이 효 문학상 수상자인 산하 덕진 시인의 시 「만년 효행」, 최순옥 시조시인의 「사람 한다」, 2026년 수상자인 이우명 수필가의 「나도 그때 어머니 나이가 되어」, 황윤순 시조시인의 「어린 아들 손을 잡고」 등 4편의 수상작도 부록으로 함께 담았다.

『네 이름이 섬진강이라 다행이다』는 제목에서부터 고향과 강, 삶의 근원을 떠올리게 한다. 엄 시인은 하동에서 태어나 울산에서 살아왔다. 일상의 언어 속에서 부모와 가족, 고향, 삶의 온기를 길어 올리며 독자에게 조용한 울림을 건넨다.

엄덕이 시인은 시와 시조 창작활동에 주력하는 한편, 효행자를 발굴하고 효 문화를 확산하는 일에도 힘써왔다. 현재 ㈔한국효도회 울산지부장이자 엄덕이 효 문학상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엄 시인은 2002년 『시와비평』, 2020년 『시조정신』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집 『꽃의 미래』, 『작동 가는 길』, 『떡갈나무시를 아시나요?』를 펴냈으며, 2024년에는 시조집 『환승 파란선』을 출간했다.


◆“전원은 내 삶의 원동력이자 시의 밭”

이선옥 시인 첫 시집 ‘돌담을 치고 나서’

이선옥. 본인 제공
이선옥 시인이 첫 시집 『돌담을 치고 나서』(심상사)를 펴냈다. 총 78편의 시들은 시인의 고향 울산에서의 생활, 자연, 유년 시절 등으로 채워져 있다.

“벌 나비가 꽃에서 꿀을 훔쳐 가고/ 후투티도 마당에다 종일 망치질이다/ 뻐꾸기 소쩍새 비둘기 울음소리 담을 넘고/ 고라니 괴성도 들려 담을 더 높여야 할까 보다”(<돌담을 치고 나서>)

이 시인은 “전원은 내 삶의 원동력이자 시의 밭이다. 자연의 숨결과 어머니의 체온, 유년의 기억들이 나를 시의 세계로 이끌어 주었다”라고 밝혔다.

돌담을 치고 나서
시인의 시집을 해설한 박동규(서울대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교수는 “작품의 견고한 구조는 시인이 시를 가슴에 품고, 그 형상을 어떻게 익혀 가는지를 열심히 탐구한 결과.”라고 평했다.

이선옥 시인은 울산 출신으로 수필가이면서 대한민국 서예대전 초대작가이다.

수필집 『가벼운 걸음으로 산책 떠나기』(2012)을 발간했다.

2017년 현대수필 신인상, 둔촌백일장 차상, 매운당 이조년 문학공모전과 경북문예현상 공모전 등에서 수상했다.

오영수문학관 문예창작반 9기를 수료하고, 2025년 제47회 심상해변시인학교 백일장 장원과 심상 신인문학상 당선으로 등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