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시대] 지역을 위한 자리, 기준이 보여야 신뢰가 쌓인다
주민·행정 연결하는 통장, 관련규칙 개정 세밀하게 현장 살피는 등 역할 확대 정비 주민 신뢰 행정 기본값으로 자리잡기를
통장은 주민과 행정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연결하는 사람이다. 골목의 작은 불편을 듣고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살피며 구정 소식을 주민에게 전하는 역할을 한다. 주민등록, 복지, 재난, 환경정비, 생활민원 안내까지 통장의 손길이 닿는 영역도 넓다. 그래서 통장은 봉사직이라고만 보기 어렵다. 주민 곁에서 행정을 대신 설명하고 지역의 상황을 행정에 전달하는 준공적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통장 위촉 과정은 가볍게 다뤄져서는 안 된다. 누가 통장이 됐는지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어떤 기준과 절차를 거쳐 위촉됐는가이다. 주민이 보기에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이 있어야 하고 지원자 역시 자신이 어떤 항목으로 평가받는지 알 수 있어야 한다. 공정성은 결과만으로 증명되지 않는다. 절차가 보이고 기준이 설명될 때 비로소 신뢰가 생긴다.
물론 통장 선발은 각 동의 현장 여건을 반영해야 하는 사안이다. 같은 남구 안에서도 지역별 상황은 다르다. 아파트 밀집 지역처럼 지원자가 많아 경쟁이 치열한 곳이 있는가 하면 일부 지역은 적임자를 찾는 것부터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오래 거주한 주민의 지역 이해도, 봉사 경험, 이웃과의 소통 능력도 단순한 숫자로만 판단하기 어렵다. 따라서 모든 동에 완전히 똑같은 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그러나 현장 재량이 필요하다는 말이 기준의 불투명성을 뜻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재량이 있는 영역일수록 더 분명한 기준이 필요하다. 평가 항목이 무엇인지, 배점은 어떻게 구성되는지, 면접이나 정성평가는 어떤 기준으로 판단되는지 주민에게 공개될 필요가 있다. 기준이 보이지 않으면 결과를 둘러싼 추측이 생긴다. ‘누가 지역을 위해 더 적합한가’의 문제가 ‘누가 누구와 가까운가’라는 의심으로 번지는 순간, 통장 개인도 행정도 불필요한 부담을 떠안게 된다.
특히 통장은 지역 안에서 주민들과 자주 마주하는 자리다. 선발 과정에 대한 의문이 남으면 통장 개인에게도 부담이 되고 실제 활동을 시작한 후 신뢰 형성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선발된 통장이 안정적으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라도 절차의 투명성은 필요하다. 기준을 공개하는 일은 누군가를 의심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통장과 행정 모두를 불필요한 논란에서 보호하는 장치다.
이런 점에서 최근 남구가 입법예고한 「울산광역시 남구 통·반장 관리 규칙 일부개정규칙안」은 의미 있는 변화다. 개정안은 통장 공개모집 시 △심사 기준 △평가항목 △배점기준 등을 포함한 통장심사기준표를 공고문과 함께 공개하도록 했다. 또한 통장 선발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심사위원회 구성·운영 근거도 정비했다. 주민이 궁금해할 수 있었던 선발 기준을 제도 안에 명확히 담아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특히 이번 개정안이 더욱 의미 있는 이유는 통장의 역할을 단순한 행정 보조에 머물게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위기가구와 복지 사각지대 발굴 등 주민복지 관련 업무 협조와 지원 기능이 통·반장의 임무에 추가됐고, 반상회 등에서 제기된 주민 건의사항의 처리와 회신 절차도 구체화됐다. 이는 통장이 행정 안내 역할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주민 생활과 복지 현장을 더 세밀하게 살피는 방향으로 정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역할이 커질수록 선발 과정에 대한 신뢰도 함께 높아져야 한다.
물론 심사기준표를 공개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한 번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는 공개된 기준이 실제 심사 과정에서 충실히 적용되는지, 동별 특성과 공통 원칙이 균형 있게 반영되는지, 면접 등 정성평가 항목이 자의적으로 운영될 여지는 없는지 계속 살펴야 한다. 지원자가 부족한 지역에 대해서는 통장 역할의 부담과 지원 체계도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
통장은 지역을 위해 시간과 마음을 내는 소중한 주민 대표이자 행정의 동반자다. 그 역할이 제대로 존중받기 위해서는 위촉 과정 역시 주민의 눈높이에 맞아야 한다. 기준이 공개되고 절차가 투명해질수록 통장의 역할은 더 단단해지고 동 행정에 대한 신뢰도 함께 높아질 것이다.
현장의 문제를 살피고 필요한 부분을 제도로 보완하는 것이 지방행정의 기본이다. 남구가 이번 개정안을 계기로 주민이 납득할 수 있는 통장 운영 체계를 더욱 촘촘히 만들어가길 기대한다. 지역을 위한 자리는 그 취지만큼이나 과정도 공정해야 한다. 기준이 보이는 행정, 주민이 신뢰하는 행정이 남구 행정의 기본값으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이소영 울산시 남구의회 복지건설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