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암호수공원 쇠말뚝, 행정이 포기하면 누가 뽑나

2026-05-31     강정원 논설실장

 

울산 남구 선암호수공원 인근의 한 사찰 진입로에 수십 개의 쇠말뚝이 박혀 있다고 한다. 남구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인 보현사로 향하는 길목이 쇠말뚝에 가로막혀 벌써 1년 넘게 차량 통행이 전면 차단된 것이다. 이로 인해 사찰과 신선바위를 찾는 이들의 불편은 물론이고, 화재 등 재난 상황 발생 시 소방차 진입조차 불가능한 ‘안전 무방비’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를 해결해야 할 행정당국인 남구청은 사유지 내 재산권 행사라는 이유로 사실상 손을 놓고 있어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사태의 발단은 과거 남구청의 매끄럽지 못한 행정 처리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토지 소유주들에 따르면, 남구청이 과거 공원 주차장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기존 도로 부지를 주차장에 편입시켰고, 이 과정에서 주변 지주의 동의나 대체 도로 개설 없이 공사를 강행했다. 이로 인해 장부상 도로에 접해있던 주변 토지들이 뒤늦게 건축 허가를 받지 못하는 ‘맹지’로 전락하며 심각한 재산권 침해를 겪게 되었다는 주장이다. 토지주는 자신의 땅 일부를 도로로 내어주겠다는 타협안까지 제시하며 심의를 요청했으나, 남구청은 난개발 우려와 특혜 시비 등을 이유로 이를 두 차례나 부결했다.

물론 사유지에서 벌어지는 토지주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행정이 강제로 제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도시계획 변경이나 추가 토지 매입이 자칫 특정인에 대한 특혜로 비칠 수 있다는 남구청의 고충도 일견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과거 행정 과정에서의 미비점을 고려한다면 지금처럼 ‘강제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것도 명백한 행정 편의주의다.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시민의 ‘안전’이 볼모로 잡혀있다는 점이다. 산불이나 사찰 화재 등 대형 재난이 발생했을 때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의 몫으로 돌아온다. 지난 2021년에도 유사한 진입로 갈등이 발생했을 당시, 남구청이 소방차 진입을 위한 방화선을 구축하며 사태를 일단락 지었던 전례가 있다. 왜 지금은 무기력한 태도로 일관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남구청은 자칫 발생할지 모르는 재난 위험을 예방하고 시민의 통행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갈등 조정의 주체로 적극 나서, 대체 도로 개설이나 행정적 구제 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행정이 말뚝 철거를 포기하면, 시민의 안전도 포기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