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원로시인 박종해, 58년 문학 여정 담아
두 번째 시선집 ‘시처럼 바람처럼’ 발간
2026-06-02 고은정 기자
올해 85세인 울산 문단의 원로 박종해 시인이 최근 두 번째 시선집 『시처럼 바람처럼』(서재문화사)을 펴냈다. 최근 제14번째 시집 『내려놓으면 편할 텐데』에 이어 다시 시선집으로 독자와 만났다.
박 시인이 지금까지 출간한 14권의 시집에 실린 약 900편 가운데 115편을 가려 뽑았다. 제1시선집 『이슬의 생애』에 이은 두 번째 시선집이다.
박 시인은 “이번 시선집은 비교적 짧고 쉽게 읽힐 수 있는 시편들을 중심으로 엮었다”라며 “요즘 시가 지나치게 장황하고 난해해 독자들이 시를 멀리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이어 “진솔하고 명징하면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를 통해 독자들이 다시 시를 가까이했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인공지능 시대의 시에 대해서도 분명한 생각을 밝혔다.
“AI 시가 시단에 자리 잡는다고 해도, 개인의 특이한 체험에서 우러난 시나 인간의 내적 심연에서 천착한 사유의 세계는 넘보지 못할 것”이라며 “다만 상투적이고 보편적인 시, 긴장미가 결여된 시를 쓰는 시인에게는 AI 시가 위협이 될 수 있겠다”라고 말했다.
이번 시선집에는 문학평론가이자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을 지낸 문학평론가 유종호 교수의 서문 「여전한 선비시」와 영문학자이자 시인·비평가였던 고 김종길 선생의 발문 「시와 삶 사이의 거리-박종해 시에 대해서」가 함께 실렸다.
유종호 교수는 서문 중에서 “우리 세대가 살아온 지난날은 격동적 변화가 이어지는 현기증 나는 시대였다. 석유 초롱불 시대에서 원자력 발전 시대를 거쳤고 붉은 민둥산이 나무 우거진 청산으로 변모하는 지속적인 상전벽해의 시대였다. 시대변화의 회오리 속에서 오로지 선비시의 외길을 터벅터벅 걸어온 박종해 시인의 궤적을 다시 음미하는 감회를 많은 동호인들이 공유하기를 바란다”라고 썼다.
박 시인은 “두 글은 단순한 평문을 넘어 문학을 공부하는 후학들에게도 지침이 될 만한 글”이라며 “시선집에 함께 실을 수 있어 뜻깊다”라고 말했다.
박종해 시인은 울산을 중심으로 오랜 세월 창작활동을 이어온 원로 문인이다. 중앙문단 46년, 지방 문단 58년을 걸어온 그는 울산예총 고문으로도 활동하며 지역 문학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그는 이번 시선집을 “내 문학 활동의 외로운 길을 돌아보는 책”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후배 시인들이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시의 정체성을 찾는 데 도움을 얻는다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시선집의 표지는 박종해 시인의 생가 별채인 ‘양정재’ 전경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