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울산 미래 이끌 80인 선출, 당신의 손에 달렸다
역대 지방선거 중 최고치인 22.46%라는 뜨거운 사전투표율이 증명하듯,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향한 울산 시민들의 열망은 이미 확인되었다. 그 간절함으로 오늘 우리는 울산광역시장과기초단체장, 지방의원, 울산시교육감, 남구갑 국회의원 등 비롯해 울산의 살림살이와 교육, 민생을 책임질 지역 일꾼 80인을 선출하게 된다. 그러나 13일간의 뜨거웠던 유세전 이면에 남겨진 과제들을 되짚어볼 때, 오늘 유권자들이 투표소에서 가져야 할 책무는 결코 가볍지 않다.
# 지역 미래 발전 위한 공약 그나마 ‘풍성’
이번 울산 지방선거는 전통적인 제조 자산에 머물러 있던 울산을 미래 100년의 ‘AI 중심 첨단 산업 수도’로 체질을 개선하고, 저출생과 청년 인구 유출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할 분수령이라는 점에서 막중한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선거 과정에서 여야 진영은 울산의 미래 먹거리를 두고 유의미한 정책 공약들을 쏟아냈다. 국민의힘 김두겸 후보는 주력 제조산업의 AI 대전환과 소버린 AI 집적단지 조성, SK-아마존웹서비스 AI 데이터센터 확대를 약속하며 경제 성장과 시정의 연속성을 강조했다. 이에 맞선 더불어민주당 김상욱 후보는 대한민국 최고 AI 산업 수도로의 도약을 공약하며 산업 AI 대전환과 반도체·피지컬 AI 육성을 전면에 내걸었다. 교육감 선거에서도 조용식 후보의 청렴한 민주적 리더십과 현장 교육의 연속성 강조하고, 구광열 후보의 과밀학급 해소를 위한 공유 캠퍼스 설치, 김주홍 후보의 학력 회복과 학생·학부모 중심의 안전한 학교 구현 등 울산의 미래 세대를 위한 치열한 정책 대결이 펼쳐졌다.
# 정책보다 네거티브 치중, 구태 못 벗어나
그러나 이처럼 중차대한 선거였음에도 불구하고, 선거 기간 동안 노출된 정치권의 구태의연한 행태는 시민들에게 깊은 실망감과 피로감을 안겨주었다. 야권의 시장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발생한 여론조사 중단 파장은 지지층에게 조차 큰 혼란을 주었고, 사전투표 당일 터져 나온 민주당 후보 겨냥 ‘해외 원정 성매매 의혹’ 문자 유포 사건과 그에 따른 여야의 고발전은 혼탁 선거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교육감 선거마저도 상대 후보를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소하거나 불법 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등 아이들의 미래를 논해야 할 교육 현장이 진흙탕 정치 공세로 얼룩졌다. 정책은 간데없고 상대방을 깎아내려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구태 정치가 또다시 반복된 것이다. 기초단체장과지방의원 선거에서도 정치공학적 단일화와 일단 질르고보자는 ‘네거티브’ 선거운동이 꼬리를 물었다.
이러한 실망감 속에서도 우리가 반드시 투표소로 향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최악의 정치에 지배당하는 것이라는 격언이 아니더라도, 유권자들의 방관은 곧 무능하고 도덕성에 결함이 있는 이들에게 울산의 미래를 통째로 넘겨주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선거 때마다 고질적으로 나타나는 ‘묻지마 투표’와 정당의 기호만을 보고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직진으로 찍어내리는 ‘줄투표’는 지방 정치를 뿌리째 망치는 주범이다. 특히 광역단체장 정당의 바람에 휩쓸려 기초의원과 비례대표, 국회의원 보궐선거, 심지어 정당 공천조차 없는 교육감 선거까지 동서남북 구분 없이 같은 번호로 투표하는 것은 지역 밀착형 일꾼을 키워내야 할 지방자치의 본질을 완전히 왜곡시킨다.
# ‘묻지마’‘줄투표’는 지방정치 망친다
이런 ‘줄투표’의 그늘에 숨어 역량이 부족한 후보가 당선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울산 시민들의 삶의 질 저하와 민생 방치로 돌아온다는 것은 그간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울산은 지금 거대 정당의 기싸움이나 중앙 정치의 대리전을 치를 여유가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은 동네의 좁은 골목길을 살피고, 어르신과 취약계층을 위한 통합 돌봄과 병원 동행 서비스를 고민하며, 태화강의 환경을 보존하고, 청년들이 AI시대에도 울산에 남아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실천적 인물이다. 정당이라는 화려한 포장지를 벗겨내고, 후보 개인의 자질과 도덕성,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냉정하게 저울질해야만 지방자치가 바로 설 수 있다.
선관위와 울산시는 관내 269곳의 투표소와 5곳의 개표소를 최종 점검하며 안전하고 공정한 선거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행정적인 준비는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주권자인 시민들의 현명한 선택뿐이다. 투표는 단순히 정치인 한 명을 뽑는 행위가 아니라, 내가 발을 붙이고 살아가는 울산의 내일을 직접 설계하는 권리이자 의무이다. 중앙 정치의 논리와 눈먼 진영 논리에 휘둘리지 말고, 오직 ‘울산의 발전’과 ‘시민의 행복’만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오늘 유권자 각자가 행사하는 소중한 한 표가 모일 때, 울산의 미래를 이끌 80인의 진짜 일꾼이 걸러질 것이다. 당당하게 투표소로 향해 울산 시민의 위대한 민주적 저력과 성숙한 주권 의식을 유감없이 보여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