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소상공인 정책자금 지원, 공적 인프라 활용해야

연 2~3% SNS 대출 광고 소상공인 솔깃 계약시 선입금·고액 수수료 압박 피눈물 공신력 있는 단체 중심 지원체계가 해법

2026-06-04     이중희 ㈔한국청소년문화진흥협회 총재·울산시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
이중희 ㈔한국청소년문화진흥협회 총재·울산시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

  최근 SNS와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연 2~3% 대 정책자금 확보’라는 문구가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있다.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 속에서 자금 흐름이 막힌 소상공인들에게 이는 단순한 광고를 넘어 하나의 탈출구처럼 인식된다. 늦은 밤 불이 꺼지지 않은 점포 안, 매출 장부를 넘기던 자영업자의 시선이 휴대전화 화면에 멈추는 순간, 정책은 이미 제도의 언어가 아닌 생존의 언어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의 이면에는 정책자금 접근을 둘러싼 왜곡된 시장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현장에서 확인되는 다수의 사례는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반복적이고 구조화된 양상을 보인다. 일부 중개업자는 마치 자신들만의 승인 경로가 존재하는 것처럼 정보를 과장하며 접근하고, 계약 체결 이후 업무 진행비 명목의 선입금을 요구한다. 이후 실제 수행되는 업무는 단순 신청 대행에 그치지만, 자금 집행 이후에는 고액의 수수료가 추가로 청구된다. 이에 대한 이의를 제기할 경우 법적 대응을 암시하는 압박이 뒤따르기도 한다. 이는 거래의 범주를 넘어 정보 비대칭을 기반으로 형성된 비공식 시장, 나아가 취약한 경제 주체를 대상으로 한 구조적 착취 메커니즘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정책자금 제도의 본래 목적은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소상공인이라면 누구나 공적 절차를 통해 자금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특히 최근에는 비대면 신청 시스템의 확대와 디지털 행정의 도입으로 접근성이 제도적으로 개선돼 왔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을 중심으로 한 신청 체계 역시 상당 부분 표준화, 간소화 됐다는 점에서 제도의 외형적 완성도는 결코 낮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공식 중개 시장이 확산되는 현상은, 정책의 존재와 이해 가능성 사이에 놓인 간극을 드러낸다. 즉, 정책은 공급되고 있으나 그것이 실제 수요자에게 해석 가능하고 활용 가능한 형태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정책 전달체계의 문제이며, 동시에 정책 효과성을 제약하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결국 이 문제의 본질은 ‘전달의 실패’ 로 수렴된다. 정책 설계의 합리성과는 별개로, 전달 과정에서의 불완전성이 새로운 시장을 생성하고 있는 것이다. 제도는 공적 영역에 존재하지만, 그 해석과 접근은 사적 영역으로 전이되며 비용을 발생시키는 구조, 바로 이 지점에서 정책의 공공성은 약화된다.

  따라서 향후 정책 방향은 단순한 보완이 아닌 전달 메커니즘 전반의 재구성을 필요로 한다.

  첫째, 정책자금 정보 제공 방식의 질적 전환이 요구된다. 공고 중심의 단편적 안내에서 벗어나 실제 사례 기반의 설명, 단계별 절차 안내, 맞춤형 상담 시스템을 결합한 입체적 전달 구조가 필요하다. 특히 울산과 같은 산업,자영업 복합 구조 지역에서는 지역 밀착형 커뮤니케이션 체계가 정책 체감도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둘째, 제도적 보호 장치의 정교화가 필수적이다. 대리 신청 과정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수수료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수수료 기준의 명문화와 표준 계약서 도입이 요구되며, 허위,과장 광고에 대한 사전적 관리와 사후적 제재 역시 병행되어야 한다. 이는 규제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이다.

  셋째, 공적 네트워크의 적극적 활용을 통한 대안적 전달 구조 구축이 필요하다. 필자는 울산광역시소상인연합회 부회장으로서 현장의 다양한 사례를 접하며, 무분별한 민간 브로커를 방치하기보다 공신력 있는 조직을 중심으로 한 지원 체계가 현실적인 해법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해 왔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전국 단위의 조직망을 갖춘 법정단체로서, 정책자금 신청 접수 및 상담 기능의 일부를 수행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공적 인프라를 활용할 경우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비공식 시장의 개입 여지를 구조적으로 축소할 수 있다.

  소상공인은 지역 경제의 기반이자 공동체 유지의 핵심 축이다. 그들이 정책이 아닌 브로커을 먼저 찾게 되는 현실은 시장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 전달체계가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저녁 불빛 아래 홀로 남은 점포의 고요 속에서, 정책은 더 이상 문서가 아니라 삶의 조건이 된다.

  정책은 이미 존재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정책이 도달해야 할 지점까지 왜곡 없이, 그리고 신뢰 가능한 방식으로 전달되는 일이다. 이중희 ㈔한국청소년문화진흥협회 총재·울산시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