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권익위원 칼럼] 여론조사의 신뢰성 확보, 건강한 민주주의를 위한 과제
민심 반영 넘어 조작 도구로 변질돼선 안돼 공정·신뢰성 높이기 위한 제도적 보완 필요 결과뿐 아닌 조사 과정의 투명성 우선돼야 성숙한 시민의식, 건강한 선거문화 만든다
선거는 국민이 주권자로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국가와 지역사회의 미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민주주의 제도이다. 그래서 우리는 흔히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부른다.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의 선택을 돕고 민심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여론조사가 실시된다. 여론조사는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후보자와 정당이 정책 방향을 점검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그 순기능이 분명하다.
그러나 최근 선거 과정에서 발표되는 여론조사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같은 시기, 비슷한 지역과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임에도 조사기관마다 결과가 크게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조사에서는 특정 후보가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다른 조사에서는 오차범위 내 접전 양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결과를 접하는 유권자들은 어느 조사를 믿어야 할지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
물론 조사 결과의 차이는 표본 추출 방식, 응답률, 가중치 적용, 질문 문항 구성, 조사 방법 등의 차이에서 비롯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전문적인 내용을 일반 유권자가 충분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결국 여론조사가 민심을 정확하게 전달하기보다는 오히려 혼란을 초래하거나 특정한 정치적 분위기를 형성하는 수단으로 인식될 위험성이 존재한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일부 유권자들이나 정치 세력이 여론조사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다. 특정 후보의 우세를 부각해 지지층을 결집시키거나, 반대로 경쟁 후보에 대한 심리적 위축 효과를 노리는 이른바 ‘밴드왜건 효과’와 ‘언더독 효과’를 유도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응답 과정에서 자신의 실제 의사와 다른 답변을 하는 경우도 있어 여론조사의 정확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처럼 여론조사가 민심을 반영하는 도구가 아니라 민심을 움직이는 수단으로 변질된다면 민주주의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다.
따라서 여론조사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우선 여론조사 기관은 조사 방법과 표본 구성, 응답률, 가중치 적용 방식 등을 보다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국민들이 조사 결과뿐만 아니라 조사 과정까지 함께 살펴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선거관리위원회는 여론조사 공표 기준과 관리·감독 체계를 더욱 강화하여 부실하거나 편향된 조사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언론 역시 단순한 수치 경쟁 보도에서 벗어나 조사 방법과 한계를 함께 설명하는 책임 있는 보도를 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유권자의 성숙한 시민의식이다. 여론조사는 미래를 예측하는 결과가 아니라 특정 시점의 민심을 측정한 하나의 참고 자료일 뿐이다. 유권자는 여론조사 수치에 휩쓸리기보다 후보자의 정책과 자질, 도덕성, 지역 발전 비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가 더욱 아름답게 피어나기 위해서는 공정한 선거관리와 함께 신뢰할 수 있는 여론조사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여론조사 기관의 책임 있는 조사, 선거관리위원회의 철저한 관리·감독, 언론의 균형 있는 보도, 그리고 유권자의 현명한 판단이 함께할 때 건강한 민주주의는 한층 더 성숙해질 것이다.
김종길 울산시자원봉사센터 이사장·울산제일병원 이사장·본지 독자권익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