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 관광지 넘어 ‘산악유산’으로 키워야”

울산대곡박물관 10일 학술대회서 배성동 영남알프스천화 이사장 발표 산악유산박물관·국가숲길·국립공원 철쭉 유네스코 등재 장기 과제 제안

2026-06-08     고은정 기자
1970년대의 배내골. 뒤에 보이는 간월산 일대는 민둥산이다. 배성동 제공
울산의 대표 산악 자원인 영남알프스를 단순한 등산·관광지가 아니라 역사와 생태, 주민 기억이 결합된 ‘산악유산’으로 체계화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울산대곡박물관이 오는 10일 여는 제14회 학술대회 ‘울산의 산, 문화가 되다’를 앞두고 공개된 배성동 사단법인 영남알프스천화 이사장의 발표문은 영남알프스의 문화적 활용 방향을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 발표 제목은 ‘발품으로 개척한 울산 산악 유산의 활용-영남산무리와 반구대 중심으로’다.

배 이사장은 발표문에서 울산을 ‘숲’으로 규정했다. 울산과 울주의 지명 자체가 산림이 울창한 고을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으며, 산림 자원과 강, 바다가 인간이 살아가기 좋은 조건을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영남알프스를 ‘영남산무리’로 부르며, 이 산군이 울산을 비롯한 영남권 산악문화를 대표하는 자연유산이라고 봤다.

고산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 표기된 영남산무리. 가지산과 취서산 통도사 사이에 천화현(穿火峴)이 표기되어 있다. (붉은 원) 배성동 제공
발표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영남알프스를 개발 대상이 아니라 보존과 해석이 필요한 문화유산으로 보자는 점이다. 배 이사장은 영남산무리와 반구대를 연결하는 현장 기록, 주민 기억, 생태와 역사 서사를 중요하게 봤다. 앞으로의 활용도 개발 경쟁보다 보존 원칙과 지역성, 역사성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그는 산악유산박물관 건립, 국가숲길 지정, 국립공원 추진, 영남산무리 철쭉의 유네스코 등재 등을 장기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반구대암각화와 영남산무리가 함께 조명될 경우 울산 산악문화의 위상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신불산 단조성 기우단 발굴조사. 배성동 제공
배 이사장은 산악유산 활용을 위해 현장을 직접 걷고 기록하는 ‘발품’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발표문에는 신불산 억새, 가지산 철쭉, 단조늪, 신불산 구상나무, 영남알프스 등산로 등에 대한 모니터링 사례가 제시됐다. 신불산 단조성 기우단 발굴조사, 신불산 빨치산 관련 유물 조사 등도 산악유산의 역사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다뤄졌다.

영남알프스 산악문화 콘텐츠도 다양하게 제안됐다. 임진왜란, 신불산 빨치산, 천주교 순례, 사자평 승병, 운문산 운문화산대, 항일독립전쟁 등은 전쟁사 스토리로, 단조성·호거산·천년고찰·재약산·사자평 등은 역사 스토리로 분류했다. 신불평원 단조늪, 호랑이 이야기, 가지산·오두산 철쭉, 구상나무, 가지산 진달래 등은 생태 스토리로 활용 가능하다고 봤다.

우리의 옛길 ‘천화비리’ 표지석 세우기. 배성동 제공
구체적인 활용 방식으로는 계절기행, 테마기행, 달빛기행, 속살기행 등이 제시됐다. 자연 그대로를 누리되 산악 쓰레기 줍기와 클린마운틴운동, 풀 한 포기도 손대지 않는 ‘아니온듯’ 운동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또 안전 산행을 위한 등산 지도 제작, 산악 스토리텔러와 천년숲 산악 가이드 양성, 세계적 산악 트레킹 행사인 ‘옥스팜 트레일워커’ 유치 가능성도 언급됐다.

지역 주민과의 연계도 주요 과제로 꼽혔다. 그는 울주, 양산, 밀양, 언양 일대가 산악 자연경관과 문화유산을 함께 갖춘 지역이라며, 마을 산을 활용한 주민 교류와 기관 협력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지역 전통문화인 ‘언양와아이라고풀이’ 대동제도 국제적 지역행사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콘텐츠로 언급됐다.

이번 학술대회는 10일 오후 1시 울산박물관 2층 강당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