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고래뼈에 박힌 사슴뿔 작살촉’, 국가민속문화유산 지정 유력

국가유산청, 명칭 변경 조건부 가결 내달 8일까지 유산 지정 예고 의견 수렴 신석기 고래잡이 동아시아 최초 실물 증거 반구천 암각화 속 포경문화 뒷받침 유물

2026-06-08     김준형 기자
고래뼈에 박힌 사슴뿔 작살촉(미추). 울산시 제공
고래뼈에 박힌 사슴뿔 작살촉(견갑골). 울산시 제공
울산지역 신석기인들의 고래잡이를 입증하는 동아시아 최초 실물 증거인 ‘고래뼈에 박힌 사슴뿔 작살촉’이 국가민속문화유산 지정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이 작살촉은 울산이 선사 해양문명의 중심지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 유물로, 지정되면 선사시대 생산·생업 관련 유물 중 최초의 국가지정문화유산이 된다.

8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울산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고래뼈에 박힌 사슴뿔 작살촉’이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 예고됐다.

유물은 지난 2010년 울산 남구 황성동 신석기시대 유적 발굴조사 과정에서 확인됐다. 고래의 꼬리뼈와 어깨뼈 일부에 각각 사슴뿔을 가공해 만든 작살촉이 박힌 상태로 출토돼 학계의 큰 관심을 모았다.

작살촉은 강도가 높은 사슴뿔을 뾰족하게 가공해 제작한 것으로, 선사시대 대표적인 사냥 도구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석기시대 사람들의 생업 활동과 도구 제작 기술, 어로 문화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자료로 인정받아 지난 2015년 울산시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으며, 이후 국가유산청은 지난해 지정 신청과 실태조사 등 국가 지정문화유산 승격 절차를 밟아왔다.

문화유산위원회 민속문화유산분과는 지난 5월 열린 회의에서 이 유물의 국가민속문화유산 지정 안건을 조건부 가결했다.

위원회는 종합 검토 의견을 통해 신석기시대 고래잡이 생업기술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물이고 울산이 고래잡이 문화와 관련한 최고(最古)이자 최적(最適)의 장소임을 입증하는 실체적 자료라고 평가했다.

특히 작살촉이 고래뼈에 박힌 상태로 발견된 사례 자체가 세계적으로도 희소성이 매우 높아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크다고 판단했다.

다만 기존 명칭인 ‘골촉 박힌 고래뼈’는 유물의 재질적 특징과 생활문화사적 의미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다고 보고, 지정 명칭을 ‘고래뼈에 박힌 사슴뿔 작살촉’으로 변경하는 조건을 달았다.

국가유산청은 다음달 8일까지 30일간 지정 예고를 실시해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국가유산위원회 최종 심의를 거쳐 국가민속문화유산 지정 여부를 확정할 예정이다.

이번 지정 예고는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반구천 암각화의 가치와도 맞닿아 있다.

반구천 암각화에는 배와 작살, 그물 등을 이용한 고래사냥 장면이 생생하게 새겨져 있다. 그동안 암각화 속 장면이 실제 고래잡이 활동을 묘사한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져 왔지만, 이번 유물은 신석기시대에 실제 포경 활동이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직접적인 증거로 평가받는다.

국가유산청은 이 유물이 암각화 속 고래사냥 장면이 단순한 상징이나 제의적 표현이 아니라 당시 사람들이 실제로 수행했던 생업 활동을 기록한 것임을 뒷받침하는 문화유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국가민속문화유산 지정이 확정되면 반구천 암각화와 함께 울산이 선사시대 해양문화와 고래사냥 문화의 중심지였음을 보여주는 대표 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울산의 역사성과 문화적 정체성을 국내외에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