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론] 잊혀진 블록체인
빅데이터가 지탱 중앙집중형 경제 블록체인 분산가치로 균열 막아야 양대축 균형으로 미래개혁 나설 때
디지털 시대를 떠받치는 두 기둥은 빅데이터와 블록체인이고 둘 다 2008년 세상에 데뷔했다. 미국 비우량 주택담보대출로 인해 미국 월가가 붕괴한 바로 다음 해 동시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우연의 일치로 보기 힘들다. 둘 다 중앙 집중형 경제 질서에 대처하는 노력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방법은 하늘과 땅만큼 달랐다. 빅데이터는 기존 권력형 중앙 통제 경제 질서에 편승했지만, 블록체인은 탈중앙의 길을 택해 잊혔다.
빅데이터는 AI의 연료다. '데이터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석유'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다. 데이터는 마치 산업혁명 이후의 성장 주도형 산업 경제의 값싼 화석 연료 같다는 느낌이 든다. 효율적인 생산을 가능하게 했던 화석 연료를 둘러싼 이권은 자연스럽게 중앙집중 권력 기관에서 통제할 수밖에 없었다. 마찬가지로 디지털 가치를 생산하는 인공지능의 연료인 빅데이터도 정부와 대규모 기업 자본이 통제하는 것과 판박이다. 엄청난 에너지를 요구하는 데이터 센터 유지가 화석 연료가 초래한 기후변화 재앙과 교차하는 것도 우연은 아닌 듯하다.
2008년 빅데이터와 같은 시기 데뷔한 블록체인은 빅데이터가 가치를 전면에 내세운 것과는 상반되게 자신의 구체적인 목적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기술의 목표를 탈중앙 경제 질서라고만 했다. 목적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투기의 대상으로 전락해 버린 암호화폐를 보고 있노라면 블록체인이 악용되는 면도 적지 않아 보인다.
블록체인을 제대로 챙겨야 할 시간은 이미 지났다. 빅데이터는 의미의 창고라면 블록체인은 의미를 꿰는, 즉, 연결해 의미를 만드는 독특한 원리다.
그러니 블록체인을 저런 식으로 처박아 둬서는 안 된다. 2008년 세상에 데뷔해 2016년 이세돌 9단과 바둑 대국을 벌여 존재감을 확실히 알린 빅데이터와 AI에 비해 누군가에게는 마치 계륵과 같은 존재로 천덕꾸러기 취급 받는 게 블록체인이다.
빅데이터라는 창고에서 AI는 귀신같이 가능성 있는 의미 조각을 골라 가치를 만들어 우리에게 제공해 주는데, 굳이 한물간 투기 대상이나 만드는 블록체인 기술을 재평가하고 본격적으로 사용해야 하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렇게 판단한다면 당신은 중앙 집중형 통제만을 질서로 보는 관점을 가진 것이다. 빅데이터 속에서 데이터 조각을 찾아내어 AI가 엄청난 가치를 생산하는 데에는 기존 경제 질서인 신자유주의 논리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는 정부의 간섭이 배제된 자유 시장을 주장해 마치 중앙 통제가 아닌 경제이론으로 착각할 수 있지만 실은 세계 경제의 유일한 가치기준인 미국과 같은 경제 강국의 법정화폐를 중심에 두고 모든 경제를 통제하고 있다. 디지털 세계를 홀로 떠받치는 빅데이터 기둥이 아무리 높아 위태해도 쉬 무너지지 않는 이유는 무언가 기둥을 계속해서 보강하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가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를 중심으로 한 중앙 집중형 경제 질서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기둥 하나로 버틸 수 있는 건축물은 없다. 자칫 기둥에 균열이 가기 시작하면 보강만으로 세계를 떠받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블록체인은 신자유주의 눈치 보지 않고 어디서든 의미 가능성을 엮어서 가치를 만들 수 있는 생성 원리다. 그러니 중앙 집중 경제 질서에게만 주어진 빅데이터를 사용할 권리를 블록체인에도 줘 한다. 그래서 빅데이터와 블록체인이란 두 기둥이 균형을 맞춰 가면서 디지털 세계를 떠받치도록 해야 한다. 중앙 집중 질서 못지않게 분산형 가치 질서도 이 시대는 요구하고 있다. 기후 재앙과 전쟁이 이미 일상처럼 돼버린 지금 더욱 간절하다.
인공지능 인재 양성에 투자하는 정부 예산의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블록체인을 통한 경제, 에너지, 교육 시스템 개혁에 쏟길 제안한다.
블록체인은, 경제 강대국의 단일 법정 화폐로 통제하는 중앙 집중 블랙홀로 빨아드린 가치를 다시 모든 시스템의 고유 기호로 돌려보내는 역할을 톡톡히 담당할 것이다. AI의 거대 언어 모델(LLM)의 의미 단자(monad) 기본 단위가 토큰인데, 블록체인의 기본 기호가 우연히도(또는 누군가의 의도로) 토큰인 것을 고려하면 탈중앙 세상의 새로운 출발을 여는 일종의 신호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