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래잡이 증거 ‘고래뼈 속 화살촉’ 국가유산 당연하다

2026-06-08     강정원 논설실장

 

국가유산청이 최근 울산 황성동 유적에서 출토된 ‘골촉 박힌 고래뼈’의 명칭을 유물의 본질을 명확히 한 ‘고래뼈에 박힌 사슴뿔 작살촉’으로 변경하고,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 예고한 것은 지극히 당연하며, 환영할 일이다.

이번 지정 예고가 갖는 의미는 단순히 하나의 유물이 중앙 정부의 관리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차원을 뛰어넘는다. 이는 선사시대 우리 선조들의 생산·생업 관련 유물 중 최초의 국가지정문화유산이 되는 기념비적인 사건이다. 그동안 선사시대 유물이 주로 빗살무늬토기나 마제석검 같은 ‘도구’ 자체에 머물렀다면, 이번 유물은 사냥꾼이 던진 작살이 고래의 꼬리와 어깨뼈에 박힌 ‘삶과 사투의 현장’ 그 자체라는 점에서 격이 다르다.

무엇보다 이 유물은 세계문화유산인 ‘반구천 암각화(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에 새겨진 생생한 고래잡이 그림들이 단순한 주술적 상상이나 기원이 아닌, 눈앞의 바다에서 펼쳐진 ‘실화(實話)’였음을 증명하는 실물 증거다. 바위에 새겨진 역사와 땅속에서 출토된 유물이 완벽한 퍼즐로 맞물리며, 울산이 인류 포경 문화의 발상지였음을 웅변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유산위원회가 지적했듯, 작살촉이 고래뼈에 박힌 채 발견된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극히 드문 희소성을 지닌다. 부러진 작살촉의 단면은 당시 신석기인들이 강도가 높은 사슴뿔을 정교하게 가공해 거대한 고래를 정밀 타격했던 고도의 기술력과 생업 문화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고래뼈에 박힌 사슴뿔 작살촉’은 울산을 넘어 대한민국이 인류 해양사의 당당한 주역이었음을 보여주는 위대한 증거로 충분하다.

울산시는 현재 울산박물관에 소장된 이 기념비적 유물을 어떻게 시민들의 자긍심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할 것이다. 아울러 반구천 암각화와 황성동 유물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울산의 선사 해양 문명을 알리는 독창적인 문화 콘텐츠로 확장하는 일에 매진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