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드러낸 홈골못 저수지…농민들 “철도 터널 영향”
2026-06-09 윤병집 기자
9일 오후 2시께 찾은 울산 북구 호계동 홈골못수변공원. 물이 가득 차 있어야 할 공원 한 가운데 저수지에는 수십미터 아래 바닥을 보이며 하얀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물기가 없어 바짝 마른 바닥은 쩍쩍 갈라져 있고, 그 틈으로는 푸르른 초목이 삐져나와 있었다.
연장 60m, 높이 8.3m, 총 저수량 15만5,000㎡ 규모의 홈골 저수지는 1965년 조성돼 60년 넘게 인근 마을에 농업용수를 공급해오고 있다. 호계·매곡지구 구획정비 사업 이후 농지가 대폭 줄어들면서 이용자는 줄었지만, 여전히 인근 1,000~2,000여평의 논과 밭에 소중한 용수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2014년에는 북구가 3억원의 사업비를 확보해 데크로드, 정자와 전망데크 등을 설치해 수변공원으로 꾸며 마을 주민들의 산책로, 유치원·어린이집 학생들의 생태체험장소로도 사랑을 받았다.
농민 최익수(69) 씨는 “할아버지 때부터 농토를 물려받아 농사를 지어왔는데 저수지를 쌓은 이후로는 한 번도 물이 마른 적이 없던 곳”이라며 “그런데 작년부터 물이 한참 부족해서 옆집 우물물과 수돗물까지 동원해 논에 물을 댔는데, 올해는 아예 물이 말라 붙어서 대책이 없는 상태다”라고 말했다.
그는 더 구체적으로 “지난해부터 물 수위가 목조데크 지지대 아래로 내려가더니, 하반기에는 높이가 1m에 불과할 정도로 낮아졌다”며 “올해 2월에는 거의 바닥을 보였다가 3월에 비가 내려서 다시 수위가 올랐는데, 불과 두 달만에 다시 말라붙었다. 저수지에 새는 곳이 없다면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농민들은 홈골못에서 약 100m 떨어진 곳을 지나는 동해선 울산~포항 복선전철 터널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열차 운행에 따른 진동이나 지반 변화로 인해 저수지 바닥 또는 제방에 균열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물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09년 동해남부선 복선전철화 사업이 시작된 이후 주민들은 지속적으로 누수 문제를 제기해왔다. 2016년에는 터널 공사 영향으로 저수지 물이 빠져나간다는 민원이 발생했고, 당시 정밀조사 과정에서 하루 평균 200t가량의 물이 유출되는 현상이 확인되기도 했다. 조사 결과 지표수가 저수지로 유입되지 못하고 터널 내부로 흘러드는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철도사업 시행 측은 저수지 복구와 차수 대책을 추진했고, 이후 국가철도공단은 용역을 거쳐 방수시트와 콘크리트 카펫 등을 설치하는 보강 공사를 실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누수 문제가 발생하자, 농민들은 지난달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놓고 해결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다만 공단은 2019년 저수지 보강 공사 완료 후 2023년까지 모니터링을 진행했으나 특별한 누수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해당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철도 통행으로 인해 저수지가 파손되거나 누수가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최근 이어진 가뭄 영향 역시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며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 이달 말 현장 실사와 추가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