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구천의 암각화’ 브랜딩, 반드시 필요한 일

2026-06-09     강정원 논설실장

 

한국의 17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반구천의 암각화’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본격적인 브랜딩 여정에 시작됐다. 울산시와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어제 용역 착수 보고회를 시작으로 올해 연말까지 전용 로고와 심벌마크, 슬로건을 아우르는 종합 브랜드 디자인 개발에 착수했다는 소식은 참으로 반갑고 시의적절하다.

그동안 반구천의 암각화는 뛰어난 역사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이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공통의 ‘얼굴’이 없었다. 지자체나 기관마다 필요에 따라 ‘새끼 업은 고래’나 ‘암각화 속 얼굴상’ 등을 제각각 파편화하여 사용해 온 탓에, 대중적 인지도를 쌓고 통합된 메시지를 확산하는 데 한계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이때문에 유산의 가치를 세계화하고 지역 관광 자원으로 치환하는 데 어려움이 컸다.

국내에는 세계유산을 지역의 살아 숨 쉬는 문화 브랜드로 성공시킨 선례들이 얼마든지 있다. 23년 만에 도시 CI를 개정하며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의 서북공심돈을 전면에 내세워 역사와 첨단이 공존하는 도시 정체성을 구축한 수원시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공주·부여·익산의 백제역사유적지구를 통합해 특유의 온화하고 섬세한 미학을 서체와 디자인으로 녹여낸 백제세계유산센터의 사례도 있다. 세계자연유산인 제주는 지질학적 가치를 미니멀한 그래픽 기호로 바꾸어 13종의 명소별 상징 아이콘을 개발, 관광 안내와 시설물 전반에 세련되게 적용하고 있다. 이들 사례의 공통점은 유산이 가진 고유의 서사를 현대적인 감각의 시각 디자인으로 압축하고, 이를 도시 전체의 정체성과 긴밀히 연결했다는 점이다.

국보인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를 아우르는 3km의 대곡천 일대는 선사시대 인류의 삶과 정신세계, 세계 최고(最古) 수준의 포경 기록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거대한 역사적 서사의 현장이다. 따라서 이번에 개발될 브랜드는 단순히 보기 좋은 로고를 만드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인류의 시원이 담긴 유산의 독창성을 직관적으로 전달하면서도, ‘울산’이라는 도시가 가진 장소성과 지역적 대표성을 강력하게 투영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이를 기반으로 기념품 제작, 관광 연계 시범사업, 디지털 콘텐츠 확장 등 종합적인 마케팅 전략이 유기적으로 이어져야한다. 그래야 ‘반구천의 암각화’ 브랜딩의 효용이 제대로 발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