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소리] ‘저금리 대출’의 달콤한 유혹, 그 뒤에 숨은 함정
최근 대출 빙자형 보이스피싱 범죄 ‘급증’ 파격 조건 속지 말고 휴대전화 보안 철저히 피해입었거나 의심되면 지체 말고 신고를
장기화되는 경기침체와 고금리의 무게는 서민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당장 내야 할 이자와 생활비 마련을 위해 하루하루 버티는 이들에게 가장 절실한 단어는 단연 ‘저금리’일 것이다. 하지만 절박함이 깊어질수록 이를 노리는 범죄의 칼날도 정교해진다. 최근 실제 금융회사의 이름을 교묘하게 흉내 내거나 정식 금융기관의 직원을 사칭하여 ‘정부 지원 대출’, ‘저금리 전환 대출’, ‘특별 신용 회복 상품’ 등을 미끼로 던지는 ‘대출 빙자형 보이스피싱’이 급증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금융감독원의 통계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기준으로 대출 빙자형 보이스피싱 피해자 수는 지인 사칭이나 기관 사칭 등 전체 보이스피싱 유형 중 무려 41.9%를 차지하며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9.6%나 증가한 수치다. 사기범들은 돈이 절실한 서민층의 궁박한 심리를 현미경처럼 들여다보며, 그들의 가장 취약한 고리를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이들의 범행 수법은 날이 갈수록 대담하고 치밀해지고 있다. 대출 빙자형 보이스피싱의 행태를 분석해 보면 크게 세 가지 단계로 요약된다.
첫째는 ‘신뢰 심기’ 단계다. 사기범들은 인스타그램, 텔레그램 등 대중적인 SNS에 ‘정부 특례 대출’ 같은 허위·과장 광고를 게시한다. 급전이 필요한 피해자가 연락처를 남기면 금융기관 상담원을 자처하며 접근한다. 이때 카카오톡 프로필에 위조된 금융기관 직원 명함이나 증명사진을 등록해 두어, 피해자가 실제 제도권 금융기관과 상담하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둘째는 ‘시스템 장악’ 단계다. 상담을 진행하던 사기범은 대출 신청서 작성이나 심사를 명목으로 모바일 파일이나 링크를 전송한다. 이를 클릭하는 순간 피해자의 휴대전화에는 악성 앱이나 원격제어 앱이 설치된다. 이때부터 피해자의 스마트폰은 사기범의 손아귀에 들어간다.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탈취당하는 것은 물론, 금융 앱을 통해 계좌의 잔액이 순식간에 타인 명의의 대포통장으로 빠져나가게 된다.
셋째는 ‘비용 요구’ 단계다. 본격적으로 대출을 실행해 주겠다며 “기존 대출금을 일부 상환해야 등급이 오른다”, “신용등급 향상을 위해 거래 실적이 필요하니 돈을 보내라”, “저금리 대출 승인을 위한 보증금이 필요하다” 등의 감언이설로 특정 계좌에 돈을 송금하도록 유도한다. 돈을 빌리러 온 사람에게 오히려 먼저 돈을 부치라고 요구하는 모순적인 상황이지만, 급전이 급한 피해자들은 이성적인 판단력을 잃고 덫에 걸려들고 만다.
이러한 절망의 덫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세 가지 예방 수칙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첫째, SNS나 문자메시지로 날아오는 “저신용자 가능”, “당일 즉시 승인”, “정부 지원 특별대출”과 같은 파격적인 문구에 결코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의심스러운 연락을 받았다면 해당 업체가 안내하는 번호가 아니라, 반드시 금융기관의 공식 대표번호나 금융감독원을 통해 직접 사실 여부를 재확인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둘째, 휴대전화의 보안을 철저히 유지해야 한다. 출처가 불분명한 앱이나 원격제어 앱 설치 요구에는 절대로 응하지 말아야 한다. 만약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정황이 포착된다면 즉시 112로 신고해야 한다. 다행히 일선의 경찰들은 이러한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울산경찰청 형사과의 활약이 돋보인다. 현 정부 출범 1년이 지난 현시점 기준으로, 울산경찰청은 적극적인 ‘악성 앱 등 피해자 구제 활동’을 펼쳐 총 32건, 26억 원에 달하는 피해를 미리 예방했다. 이는 2025년 6월부터 2026년 5월까지의 기준율로 예방 건수와 금액 면에서 전국 최다 기록이며, 이 성과를 인정받아 2025년 최우수 시도청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울산경찰청은 금융기관과의 ‘고액 인출 신고체제 구축’ 등을 통해 피해액을 구축 전후 8개월 대비 298.7억 원에서 133.9억 원으로 무려 164.8억 원(45%)이나 감소시키는 쾌거를 달성했다.
셋째, 대한민국 제도권 내의 정상적인 금융기관은 그 어떠한 경우에도 대출을 조건으로 ‘선입금’을 요구하지 않는다. ‘신용점수 향상 비용’, ‘거래 실적 쌓기’, ‘기존 대출금 대리 상환’ 등을 이유로 금전을 먼저 요구한다면 100% 사기 범죄다.
만약 대출 빙자형 보이스피싱이 의심되거나 이미 피해를 입은 상황이라면, 자책하며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즉시 경찰청(☎112)이나 금융감독원(☎1332)으로 신고하는 등 신속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김현우 남부경찰서 옥동지구대 경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