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 진짜 극한 직업, 유치원 교사 아무개씨의 고백

유치원 교사 풍자 영상 ‘이민지씨’ 큰화제 각종 제약에 교육 활동·지도 위축되지만 교사 믿는 학부모 덕분 아이와 함께 성장

2026-06-10     서선희 강동유치원 교사
서선희  강동유치원 교사

 최근 유치원 교사의 고충을 날카롭게 풍자하며 큰 화제를 모았던 영상, ‘유치원 교사 이민지씨’ 이야기가 드디어 막을 내렸다. 4부작으로 구성된 이 영상은 첫 화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민원에 시달리는 유치원 교사의 현실을 지나치게 사실적으로 묘사해 동종 업계 교사들 사이에서는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올 것 같다"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인생에서 가장 예쁠 때라는 유아기이기에, 보호자들의 관심과 염려가 깊은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영상 속에 등장하는 "우리 아이 모기 물리지 않게 해주세요.", "물티슈는 식물성 원단 제품인가요?", "우리 아이 얼굴이 잘 보이는 사진으로 찍어주세요." 같은 무리한 요구들은 나 역시 현장에서 숱하게 겪어온 일들이었다. ‘계획을 위한 계획서’, 화장실 갈 시간이나 점심시간조차 자유롭지 못해 쩔쩔매는 이민지씨의 모습은 대한민국 유치원 교사들의 서글픈 자화상이었다.

 요즘 교육 현장은 현장 체험학습, 소풍, 운동회 등 역동적인 교육활동이 눈에 띄게 위축됐다. 나 또한 교육 계획을 세울 때면 "안전 문제 때문에 안 하는 게 좋지 않을까?", "민원이 들어오면 어쩌지?"라는 주변의 우려 섞인 목소리를 먼저 마주한다. 결국 아이들과 함께하고 싶었던 활동적인 수업을 지우고, 논란의 여지가 없는 ‘안전하고 무난한’ 수업을 선택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위축된 것은 교육활동뿐만이 아니다. 생활지도 역시 조심스럽기만 하다. 친구를 때리거나 밀치고, 교구를 던지는 유아에게 교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훈육은 그저 옆에 두고 눈을 맞추며 타이르는 ‘타임아웃’ 정도다. 혹자는 "그렇게 말로만 해서 아이 행동이 고쳐지겠느냐"라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교사로서 무력감이 찾아오는 순간이다. 실제로 지난 3월은 참 고된 시간이었다. 신입 유아 A는 입학 전부터 "우리 아이와 같은 반이 되지 않게 해달라."는 보호자들의 민원이 많았던 아이였다. 가히 소문대로였고, 3월 내내 나는 A와 치열한 힘겨루기를 해야 했다. 타인을 향한 공격과 자기방어에 온 힘을 쏟으며 버티는 아이를 붙잡고 있는 일은, 성인인 나에게도 육체적·정신적으로 버거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실에는 지켜야 할 규칙이 있고, 자신의 행동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매일 가르쳤다.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친구를 아프게 했다면 사과해야 하며,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참고 기다려야 할 때가 있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알려줬다. 그리고 아주 사소할지라도 아이에게서 긍정적인 변화나 개선된 행동이 보이면 과할 정도로 칭찬하며 품에 꼭 안아줬다. 

 특히 다른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더 크게 칭찬해 줬다. 물론 매 순간 상냥한 선생님일 수는 없었다. 아이가 막무가내로 떼를 쓸 때는 단호하게 대처하며, 단호함과 상냥함을 넘나드는 인내의 4월을 보냈다. 교사인 나조차도 ‘과연 교육적인 효과가 있을까?’ 의심했던 순간이 많았다. 하지만 아이는 교사의 진심 어린 칭찬에 반응하며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긍정적으로 변해갔다. A의 변화는 단순히 한 아이의 성장에 그치지 않고, 교사인 나에게 ‘교사 효능감’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소중한 계기가 됐다. 그렇게 서로 치열하게 갈등하며 성장한 5월을 지나, 지금 6월의 교실에서 A는 선생님의 심부름을 가장 멋지게 해내는 든든한 조력자가 됐다.

 각종 제약으로 교육활동이 위축되고 교사들의 사기가 많이 떨어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교사’라는 이 직업이 참 좋다. 현장의 수많은 교사 역시 여전히 아이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함께 성장하고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깊은 갈등과 성장통을 겪을지라도 말이다. ‘유치원 교사 이민지 씨’의 현실 고증 영상이 교사의 처우와 교권에 대해 사회적 관심을 환기해 준 것에 깊이 감사한다. 다만, 이 차가운 현실 속에서도 현장에는 교사를 믿고 지지해 주는 대다수의 현명한 보호자들이 있으며, 그 신뢰를 자양분 삼아 교사와 아이가 함께 성장해 나가고 있다는 따뜻한 진실을 꼭 전하고 싶다. 서선희  강동유치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