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N% 성과급’, 울산 산업 특성 맞는 신중한 설계 필요
울산 경제의 양대 축이라 할 수 있는 자동차와 조선업계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 시작과 동시에 거센 폭풍우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지난 12일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신청 등 본격적인 쟁의 절차에 돌입했다고 한다. 현대차 노사가 부딪히고 있는 쟁점 중의 하나가 ‘작년 순이익의 30%’를 지급하라는 이른바 ‘이익연동형(N%) 성과급’이라는 노조의 요구다. HD현대중공업 노조도 ‘연간 영업이익의 최소 30%’를 성과급 기준으로 공식 제시하며 배수진을 치고 있다.
노조가 성과급을 명문화하자고 나선 배경에는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기업에서 촉발된 보상체계의 변화가 있다. 기업이 거둔 이익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분배하라는 것은 얼핏 시대적 흐름에 맞는 합리적인 요구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반도체·IT 산업의 보상 공식을 울산의 제조·장치산업에 그대로 이식하려는 시도는 산업의 고유한 특성과 리스크 구조를 간과한 대단히 위험한 접근이라는 지적이 많다.
자동차와 조선업은 천문학적인 설비투자와 장기적인 연구개발(R&D)이 성장을 담보하는 대표적인 대규모 장치산업이다. 조선업의 경우, 수주부터 인도까지 수년이 걸리는 산업 특성상 후판 가격 변동, 인력난에 따른 공정 지연, 환율 등 외부 변수에 따라 수익성이 급변할 수 있다. 미래 모빌리티(EV·AI) 전환을 위해 천문학적인 재원을 쏟아부어야 하는 자동차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당장 눈앞의 흑자를 기준으로 이익의 30%를 고정비성 성과급으로 소진해 버린다면, 수년 뒤 찾아올 불황의 파고를 넘을 완충 장치와 미래 성장 동력은 고갈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극심한 상황에서 원청 대기업만의 ‘성과급 잔치’가 고착화된다면, 협력사 노동자들이 느낄 상대적 박탈감과 사회적 위화감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유행처럼 번지는 ‘반도체식’ 보상공식의 무조건적인 모방이 아니다. 울산의 산업별 특성에 맞는 신중한 성과급 설계가 우선이다. 울산 자동차와 조선업계 노사는 파업 이전에 여기에 더 집중해야 한다. 더불어 협력사·하청 노동자들과 온기를 나누는 ‘상생형 성과공유 모델’도 지역사회와 함께 고민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