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론] 공업(共業)

6·3 지방선거 끝…새 정부 공약 실천 주목 유권자의 선택, 지역·국가 운명 바꾸기도 민주주의, 지도자 선택 결과 책임지는 것

2026-06-14     남진석 광복회 울산시지부장
남진석 광복회 울산시지부장

6.3 지방선거가 끝나고 7월 1일이면 새 지방정부가 출범한다. 선거운동 기간에는 금방이라도 큰 충돌이 일어날 듯 치열했던 경쟁도 이제 끝났다. 남은 것은 선택받은 사람들이 사심을 버리고 유권자 앞에 약속했던 공약을 차분히 실천하는 일이다. 그동안 선거 때마다 내세운 약속이 시간이 지나면 空約(공약)으로 끝나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번만큼은 그러한 실망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불교에는 ‘공업(共業)’이라는 말이 있다. 한 개인이 짓는 별업(別業)과 달리, 여러 사람이 함께 만든 원인과 그 결과를 함께 받는다는 뜻이다. 여러 사람이 같은 선택을 하고 그에 따른 결과를 함께 감당한다는 의미에서 민주주의의 선거 역시 공업의 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선거의 결과는 바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시간이 지나야 그 진정한 평가가 드러난다. 새로운 지도자는 전임자의 사업을 이어갈 수도 있고, 자신의 판단에 따라 중단하고 새로운 방향을 선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선택이 옳은지는 당장 판단하기 어렵다. 국가와 지역의 큰 사업은 수년, 혹은 수십 년이 지나야 그 가치가 평가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지도자의 선택이 국민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보아왔다. 어떤 정책은 처음에는 거센 반대를 받았지만 훗날 국가 발전의 기반이 되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경부고속도로 건설이다. 당시 많은 학자와 국민이 현실성 없는 사업이라며 반대했지만, 결국 대한민국 산업화의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물론 모든 대형 사업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국민은 선출한 지도자의 판단과 결과를 냉정하게 지켜볼 책임이 있다.

반대로 잘못된 선택이 얼마나 큰 고통을 가져오는지도 역사는 보여준다. 1932년 독일 총선과 아돌프 히틀러의 등장은 민주주의가 잘못된 방향으로 작동할 때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세계 대공황으로 독일 국민은 실업과 빈곤에 시달렸고,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히틀러는 “독일을 다시 강하게 만들겠다”는 구호로 국민의 불안을 파고들었고, 선거와 합법적 절차를 통해 권력의 중심에 들어섰다.

그러나 집권 후 히틀러는 민주주의 제도를 무너뜨렸다. 의회의 권한을 약화시키고, 언론을 통제하며, 반대 세력을 탄압했다. 결국 독일 국민은 자신들이 선택한 지도자로 인해 전쟁과 참혹한 비극을 겪어야 했다. 한 번의 선택이 한 나라의 운명을 바꾼 것이다.

남미의 여러 나라 역시 잘못된 정치 선택의 결과를 경험했다. 아르헨티나는 한때 세계적인 부국이었지만, 포퓰리즘과 경제 정책 실패, 정치적 혼란이 반복되면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국민에게 인기 있는 정책이 반드시 국가의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지도자를 선택하는 일에는 감정과 열광보다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반대로 올바른 선택이 국가 발전을 이끈 사례도 있다. 스웨덴의 타게 에를란데르 총리는 1946년부터 1969년까지 23년간 집권하며 ‘국민의 집(Folkhemmet)’이라는 복지국가 이념을 발전시켰다. 그는 강한 권력보다 국민과의 합의,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중시했고, 오늘날 스웨덴 복지국가의 토대를 마련한 지도자로 평가받는다.

민주주의는 단순히 투표하는 제도가 아니다. 국민이 어떤 기준으로 지도자를 선택하고, 그 결과를 함께 책임지는 제도다. 증오와 선동, 편견에 따라 선택한다면 그 결과 역시 공동체 전체가 감당해야 한다.

공업 사상은 운명론이 아니다. “나는 공동체와 관계없는 존재가 아니다”라는 책임의 가르침이다. 나의 한 표, 나의 말, 나의 침묵과 방관까지도 결국 사회의 방향을 만드는 힘이 된다.

사회는 어느 날 갑자기 눈부시게 발전하거나 무너지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의 선택과 욕망, 무관심이 쌓여 공동의 멸망을 가져오거나 고통의 구렁텅이에 빠지기도 한다. 반대로 구성원들의 양심과 절제, 책임 있는 참여는 보다 안정되고 복스러운 사회라는 공동의 열매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 점에서 공업(共業)은 오래된 불교 용어를 넘어 오늘날 민주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필요한 책임의 철학이라 할 수 있다.

남진석 광복회 울산시지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