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소리] 노인학대 예방, 필요한 것은 사회적 관심입니다.
노인학대 건수 매년 최고치 경신 지역사회 감시망 등 대응책 필요 주변 어르신 일상에 따뜻한 눈길을
6월 15일은 UN이 정한 ‘세계 노인학대 인식의 날’이자, 우리 「노인복지법」이 지정한 ‘노인학대 예방의 날’이다.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고령 인구의 폭발적 증가와 함께,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홀로 눈물을 흘리는 어르신들의 숫자도 매년 가파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노인학대 신고 및 판정 건수는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실제 2020년 6,259건이던 학대피해노인 수는 2024년 기준 7,167건으로 5년간 약 14.5%증가한 수치를 보인다. 하루 평균 20건에 달하는 학대가 우리 주변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뜻이다.
노인학대의 가장 아프고도 치명적인 단면은 그 행위가 주로 일어나는 공간적 폐쇄성에 있다. 과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학대 사례의 약 88.2%가 ‘가정 내 학대’로 파악된 바 있다. 과거에는 자녀에 의한 학대 비중이 압도적이었으나, 최근 고령 부부 가구의 급증에 따라 배우자에 의한 학대 비율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는 등 양상이 변화하고 있다. 고령 가구의 내밀한 돌봄 부담과 경제적·심리적 스트레스가 한계에 다다르며 비극적인 학대로 표출되는 것이다.
더욱이 학대의 형태는 신체적 폭행이나 상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가혹행위와 유기는 물론,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와 치료를 소홀히 하는 방임, 폭언과 협박으로 정신건강을 해치는 정서적 학대, 그리고 성적 수치심을 주는 행위나 금품의 목적 외 유용 같은 경제적 착취까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피해 노인들은 “자식을 어떻게 처벌하겠느냐”, “그래도 함께 살아온 배우자인데 어떻게 경찰에 알리겠느냐”며 피해 사실을 묵인하고 은폐하는 경우가 허다해 외부에서 적극 개입하기 힘들다.
최근에는 가정뿐만 아니라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등 노인복지시설 내에서의 인권 사각지대에 대한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을 비롯한 관계 당국은 행정처분 이력이 있는 지자체 데이터, 학대 판정 이력을 보유한 노인보호전문기관의 기록, 그리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장기요양 기관평가 정보 등을 융합하여 고위험 시설에 대한 합동 방문 및 상시 면담 조사를 대폭 강화하는 추세다.
노인학대는 단순히 한 가정의 윤리적 일탈이나 개인의 도덕성 결여라는 프레임으로만 접근해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 초고령사회의 구조적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사회적 돌봄 시스템의 공백, 그리고 고령 부부 및 독거노인 가구의 사회적 고립이 낳은 ‘구조적 질병’으로 규정하고, 지역사회의 촘촘한 ‘이웃 감시망’을 활성화 하는 등의 대응책이 필요하다.
경찰과 보건복지부, 노인보호전문기관은 매년 6월 한 달을 「노인학대 예방·근절 추진기간」으로 지정해 유관기관 합동 홍보와 시설 방문, 정기 모니터링을 집중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제아무리 훌륭한 행정 계획체계가 갖춰져 있더라도 현장 최일선에 있는 이웃의 따뜻한 시선과 적극적인 고발정신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주변의 어르신이 갑작스럽게 체중이 감소하거나 위축된 행동을 보일 때, 혹은 계절에 맞지 않는 불결한 의복을 착용하거나 몸에 의심스러운 외상 흔적이 발견될 때, 이웃집에서 지속적인 비명이나 고성이 새어 나올 때는 단순한 가정사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이는 어르신이 온 힘을 다해 보내는 구조 소통의 신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노인복지법」 제39조의6에 따라 학대 신고자의 개인정보와 비밀은 철저히 보장되므로 확실치 않은 의심 단계라 할지라도 망설임 없이 행동해야 한다. 24시간 열려 있는 노인보호전문기관(1577-1389)이나 경찰(112)로의 유선 신고는 물론, 스마트폰 앱스토어나 구글플레이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는 노인학대 신고 전용 앱인 ‘나비새김(노인지킴이)’을 활용하면 사진과 동영상 등 구체적인 증거자료를 첨부해 신속하게 현장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
한번 학대가 발생한 가정은 재학대 가능성이 높다. 이를 끊어내기 위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진행, 사후관리를 강화해 재학대의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예외 없이 노인이 된다. 오늘 우리가 무심코 지나친 누군가의 슬픔은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 모습이 될 수 있다. 이번 6월 노인학대 예방·근절 추진기간을 맞아, 우리 주변 어르신들의 일상에 따뜻한 눈길을 보내는 ‘관심의 시작’을 실천해보자.
신수원 울주경찰서 여성청소년계 학대예방경찰 경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