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 세상에 공짜는 없다.
느닷없이 찾아오는 행운은 없어 최선 다하면 시나브로 스며들어 인생의 값진 결실 맺기를 ‘기대’
우리 학교 도박예방교육 영상에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는 말이 나왔다. 공짜라는 말로 유혹하는 것이 비단 도박에만 해당하진 않을 것이다.
‘어제 공부 하나도 안 했는데 100점 받았어', '일 열심히 하면 뭘 해, 누구는 주식으로 연봉의 10배 넘게 벌었대' 등 내가 하고자 하는 노력을 무력하게 만드는 말들이 많다.
필자 역시 그런 말에 넘어간 적이 많다. 예전에 운전면허 필기시험을 칠 때 가장 많이 듣던 말이 "운전면허 시험 준비는 하나도 안 해도 합격한다. 면허 시험 준비하는 사람이 바보다."는 말이었다. 주변인들도 그렇게 말하고 인터넷에 떠도는 말들도 그러했다. 그래서 정말 하나도 공부 하지 않고 필기시험장으로 향했다. 이제까지 시험 운이 좋았던 터라 이번에도 그렇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필기시험장 화장실에 쓰여 있는 낙서가 순간 싸하게 만들었다.
'누가 운전면허시험 공부 안 해도 된다고 했냐?'라고 쓰여 있었다. 불안감을 안고 시험을 치쳤고, 결과는 예상대로 탈락이었다. 그것도 현저히 낮은 점수로. 예상 밖 결과는 없었다. 다음 운전면허시험은 문제집 한 권을 다 풀고 쳤다.
돌이켜보면 내 인생에 공짜는 없었다.
행운에 기대기보다 지금 내가 하는 작은 노력을 믿는 것이 더 나았다. 이런 경험이 반복된 후에야 필자는 노력을 해야 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요행 따위를 바라진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수업 준비도 마찬가지다. 수업 준비가 살짝 미흡하다는 생각이 들면 영락없이 수업 끝나고 나오는 길은 뒤통수가 따갑다. 수업 들어가기 전에는 이제까지 수업한 짬이 있는데 굳이 준비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지만, 별 준비 없이 들어가면 영락없이 수업 진행을 어버버하게 된다.
사실 모든 행운 뒤에는 노력이 있었다.
시험에 합격한 것도 매일같이 15시간 가까이 공부한 덕이었다. 컴퓨터 자격증 시험에 합격했을 때도 시험 직후 일주일 넘게 팔을 못 쓴 만큼 열심히 연습한 덕분이었다. 나보다 더 열심히 한 사람이 불합격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죄책감 때문에 내 노력을 무시해서는 안 되는 거였다. 지금 넉넉하지는 않지만 비루하지 않게 살 수 있는 것도 과거의 내가 마구잡이 소비하지 않은 결과이다.
'공부 하나도 안 했는데 점수 잘 나왔어.'' 필자는 평소 학생들에게 이 말을 하지 말기를 권한다. 열심히 노력한 친구들의 사기를 꺾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노력도 깎아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학생들이 매일같이 힘겹게 일어나서 학교에 오면서 한 시간 한 시간씩 쌓아나가는 것, 그래서 하루하루를 잘 버텨내는 노력이 결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삶에 하나씩 축적될 거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SNS 속 화려한 삶을 보면서 현실의 초라함을 느끼기보다 지금 조금씩 노력한 것이 나조차도 알지 못하는 어느 미래에 소용되는 것을 믿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가장 느리다고 생각한 길이 사실 가장 빠른 길임을 깨닫길 바란다. 허인선 천상중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