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싸움에 볼모 잡힌 아이들…울산 육상 꿈나무 ‘훈련 중단’ 위기

울산육상연맹-전문지도자 간 갈등 학교 육상부 행·재정 지원 중단 통보 선수 등록 막히면 전국대회 참가 시설 이용 제한 가능…학부모 반발 시교육청·체육회 긴급 중재 나서

2026-06-16     윤병집 기자
울산육상연맹 사무실 전경.
지난 10일 울산지역 내 교기육성학교로 발송된 육상연맹공문. 독자 제공
울산육상연맹과 전문지도자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지역 유소년 육상선수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맹이 초·중·고 육상부를 대상으로 한 각종 행정·재정 지원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통보하면서 선수 등록과 대회 참가, 훈련 등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15일 울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울산육상연맹은 지난 10일 지역 내 전문지도자가 배치된 초·중·고 육상부에 공문을 보내 행정·재정 지원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연맹은 공문에서 “연맹과 전문지도자 간 지속적인 갈등과 협의 불가 상태가 이어져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지원 중단 배경을 설명했다.

공문에는 선수 등록 업무를 비롯해 울산종합운동장 육상트랙과 주차장 등 시설 이용 지원, 연맹 소유 장비 불출, 각종 행정 지원 등을 중단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울산에서 육상부를 운영하는 학교는 초등학교 4곳, 중학교 4곳, 고등학교 1곳 등 모두 9개교다. 91명의 학생 선수가 활동하고 있다.

울산에는 정규 400m 육상 트랙을 갖춘 시설이 적어 육상 학생 선수들 대부분 종합운동장을 사용하고 있는데, 연맹은 울산시 조례에 따라 매년 연초 선수 등록을 한 뒤 그 명단을 시설관리공단에 넘겨 종합운동장 트랙을 무료로, 그리고 원하는 시간대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울산종합운동장 육상 트랙 위로 학생 선수들이 달리기 시합을 뛰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울산매일 포토뱅크
올초에 선수 등록한 학생들은 지금처럼 종합운동장을 이용할 수 있지만, 만약 갈등이 길어져 선수 재등록 시기에 연맹이 선수 등록을 거부한다면 시설 사용이 어렵게 된다.

특히 중간에 유입된 신규 선수들의 경우 연맹이 선수 등록을 해주지 않으면 시설물 이용에 혜택을 볼 수 없는 데다 각종 전국대회 참가도 불가능해진다.

이에 학부모들은 연맹 내부 갈등이 선수들에게 피해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울산시체육회 홈페이지 민원게시판에는 이같은 학부모들의 민원글이 우후죽순 달려 있다.

한 학부모는 “연맹과 지도자 간 문제가 있다면 당사자들이 해결해야 할 일인데 왜 아이들이 피해를 봐야 하느냐”며 “연맹이 운동시설을 통제할 권한이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도 “시민의 세금으로 지은 체육시설을 연맹이 무슨 권한으로 이용을 막는가. 적법한 근거와 행정절차가 이뤄졌는지도 의문이며, 만약 그렇지 않다면 학생 선수들의 기본권을 침해한 중대한 사안”이라며 “아무 잘못 없는 아이들이 갈등의 희생양으로 만들지 말라”라고 토로했다.

울산시체육회 홈페이지 민원게시판에 육상 학생 선수 학부모라 밝힌 민원글들이 올라가 있다. 울산육상연맹과 전문지도자 간 갈등으로 학생 선수들이 피해를 입어선 안된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시체육회 홈페이지 캡쳐
전문지도자들 역시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지도자는 “연맹이 어떤 갈등이 있어서 이런 판단했는지 의아하다. 그동안 연맹과 지도자 사이에 이렇다할 문제 제기가 이뤄진 것조차 없었다”며 “공문 내용과 관련해 여러 차례 연맹에 연락을 했지만 모두 받지 않고 있다. 우리도 답답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역 체육계 안팎에서는 갈등의 배경으로 전문지도자들의 고용 형태 변화가 거론된다.

과거 전문지도자들은 학교와 별도 계약을 맺으며 육상부 지도와 함께 연맹 업무를 일부 지원해왔지만, 최근 울산시교육청 공무직으로 전환되면서 교육 관련 업무 비중이 커졌고 연맹 업무 참여가 줄어들었다. 이 과정에서 역할과 책임 범위를 둘러싼 인식 차이가 갈등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연맹 측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았다. 지역 체육계에서는 지난달 전국소년체육대회 이후 지도자들과 연맹 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연맹 전무이사가 사의를 표명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사태가 확산되자 울산시교육청과 울산시체육회는 중재에 나섰다. 교육청과 시체육회, 전문지도자, 연맹은 이번 주 중 4자 회담을 열고 지원 중단 조치와 갈등 해소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두 기관 관계자는 “일단 연맹과 전문지도자 모두 이번 사태로 학생 선수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하겠다는 점을 못 박았다”며 “지속적인 중재로 양측이 화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