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4차선 대로변 아찔한 하차…울산 학생들 위험한 등하굣길

통학차량 전용 승하차 구역 ‘전무’ 차도·갓길에 정차 사고위험 노출 안심승하차구역 설치율 ‘1.9%’ 버스정류장 이용 등 방안 마련해야

2026-06-17     정수진 기자
지난 16일 울산 중구 북부순환도로에서 통학차량으로 보이는 버스가 도로 가장자리에 정차한 채 학생들을 승하차시키고 있다.
울산의 초중고교생들이 통학차량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등하교는 물론 학원 이용 때마다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 내 통학 차량이 800대를 넘어서고 있지만 정작 학생들이 안전하게 승하차 할 수 있는 전용 승하차 구역은 전무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통학차량이 차도나 갓길에 정차한 채 학생들을 승하차시키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언제든 사고에 노출되는 위험이 방치되고 있다.

#울산지역 통학차량 823대 운행

17일 울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울산지역에서는 초등학교와 특수학교, 학원 등 544개 기관에서 통학차량 823대를 운행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사설 중·고등학교 통학차량과 예체능 학원 차량까지 포함하면 실제 운행 규모는 1,000대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학생 통학차량을 위한 별도 승하차 구역은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장애학생 통학버스의 경우 휠체어 승하차를 위한 충분한 공간이 필요하지만, 버스를 안전하게 세울 장소조차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 16일 울산 중구 북부순환도로에서는 중학생들을 태운 통학버스가 4차선 도로 가장자리에 멈춰 섰고, 학생들은 짧은 신호 대기 시간 동안 한꺼번에 버스에서 내리는 모습도 확인됐다. 하차 직후 학생들이 곧바로 횡단보도로 이동하면서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장면도 연출됐다.

통학차량 기사들도 정차 공간 부족 문제를 호소하고 있다. 한 통학차량 기사는 “통학차량 이용이 많은 지역에는 별도의 승하차 구역을 마련해 주던가 버스정류장을 이용하게 해주면 학생 안전 확보도 되고 운전자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도 “버스 운행이 많은 일부 정류장을 제외하고는 아파트 인근 버스정류장을 통학차량 승하차 장소로 함께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스쿨존 324곳 중 안심승하차구역 6곳뿐

이러한 가운데 울산의 어린이 안심승하차구역은 어린이보호구역 324곳 가운데 울주지역 초등학교 6곳에만 지정돼 있어 설치율이 1.9%에 그치고 있다.

통학차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교통 혼잡 우려와 공간 부족, 예산 문제 등으로 승하차 구역 확대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계에서는 통학차량 증가에 맞춰 전용 승하차 구역을 조성하고 관련 법·제도를 정비하는 등 학생 안전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실제 이 같은 문제는 지난 3월 26일 부산에서 열린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 총회에서도 주요 안건으로 논의됐다. 당시 협의회는 학생 통학차량이 버스정류장에 정차할 수 있도록 도로교통법 개정을 정부에 건의하기로 의결했다.

#교육감협, 버스정류장 정차 허용 법 개정 건의

현행 도로교통법은 버스정류장 10m 이내에서 노선버스를 제외한 차량의 정차를 금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학교 주변에 별도 승하차 공간이 없는 경우 통학차량이 갓길이나 차로에 정차할 수밖에 없어 안전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협의회가 의결한 개정안은 도로교통법 제32조에 예외 조항을 신설해 유아교육법과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운영되는 학생 통학차량이 학생 승·하차를 위해 버스정류장에 정차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울산을 비롯한 대부분 시·도교육감도 해당 안건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의 안전한 승하차 환경 조성을 위해 통학차량의 버스정류장 정차 허용 등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교육부에 건의하고 있다”라며 “학생 안전을 최우선으로 관계 기관과 함께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울산시도 “내년까지 어린이 안심승하차구역 30곳을 추가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현재 각 지자체와 설치 대상지 선정 등을 협의하고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