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울산 AI 데이터센터의 탄소 발자국과 시민사회의 책임
AI 대전환 시대 승부수 인프라 구축 속도 지역 경제 활성화 기대…환경적 부담은? 친환경 에너지 사용 등 적극적으로 고려를
울산에 103㎿(메가와트)급 AI 데이터센터가 들어선다. '디지털 전환'과 '미래 산업'이라는 이름 아래 추진되는 이 사업은 지역 경제 활성화의 기회로 소개되고 있다. 물론 시대의 흐름을 외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가 먼저 차분히 물어봐야 할 것이 있다. 이 시설이 가져올 환경적 부담을 우리 시민이 충분히 알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103㎿급 데이터센터가 연중무휴로 가동될 경우, 연간 전력 소비량은 약 9억㎾h에 달한다. 이는 울산 시내 약 25만~30만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하는 전력과 맞먹는 양이다. 한국 평균 전력 배출 계수를 적용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연간 약 41만4,000t으로 추산된다.
승용차 한 대가 연간 1만5,000㎞를 주행할 때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약 2.1t이다. 즉, 데이터센터 한 곳을 가동하는 것은 도로 위에 승용차 20만 대를 새로 띄우는 것과 비슷한 환경적 부담을 준다.
냉각수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시설은 연간 최대 250만t의 냉각수를 소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림픽 규격 수영장 약 1,000개를 채울 수 있는 양이며, 울산 시민 120만명이 하루에 사용하는 상수도의 5배를 넘는 양다. 태화강과 동천강의 수생태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
다행히, 이 문제에는 희망적인 해법이 있다. 같은 103㎿ 시설이라도 전력을 어디서 조달하느냐에 따라 탄소 배출량은 크게 달라진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운영할 경우 배출량은 현행의 10분의 1 이하로 줄어들고, 원자력을 활용하면 거의 '탄소 제로'에 가까운 운영도 가능하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이미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선언하고 데이터센터를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울산에 데이터센터를 짓고자 하는 기업도 같은 수준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주길 기대한다.
우리는 AI 데이터센터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 문제는 '어떻게' 짓느냐이다. 정부와 기업은 다음 네 가지를 적극적으로 고려해 주길 바란다.
첫째, 사업 인·허가 전에 독립적인 환경영향평가가 실시되기를 바란다. 전력 수요, 탄소 배출, 냉각수 소비, 지역 생태계 영향이 시민에게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둘째, 사업자들은 RE100 또는 이에 준하는 친환경 에너지 사용 계획을 사전에 인·허가 기관과 시민사회에 제출해 주기를 바란다. ‘추후 검토하겠다'는 답변으로는 시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셋째, 울산시가 데이터센터 인·허가 조건으로 탄소 감축 목표와 이행 로드맵을 법적 구속력 있는 형태로 요구해 주기를 기대한다. 지역 주민의 환경권은 경제 논리와 함께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넷째, 냉각수 사용으로 인한 태화강·동천강 수계 영향을 별도로 조사하고, 수생태계를 보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미래 산업이 환경을 희생해야 한다는 논리는 이제 낡은 이야기가 돼가고 있다. 세계는 이미 녹색 디지털 전환을 향해 나아가고 있으며, 울산은 산업도시로서 그 누구보다 환경 비용의 무게를 잘 아는 곳이다. 지금이 바로 그 경험을 지혜로 전환할 수 있는 소중한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시민들이 울산 AI 데이터센터 계획에 관심을 가지고, 환경영향평가 공청회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지방정부와 사업자에게 질문해야 한다. 장병윤 울산생명의숲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