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아파트 ‘전세난’, 강남보다 심각…‘노룩 전세’ 현실화

지역 전·월세 수급지수 ‘전국 1위’ 매물 실종…수급 불균형 5년來 최악

2026-06-21     조혜정 기자
5월 전국 전세가격지수
최근 울산 아파트 ‘전세난’이 2021년 9월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전세 씨가 말랐다는 서울 송파·서초·강남·성동 등 강남 일대보다 전세 아파트 구하기가 훨씬 힘든 상황이 벌써 1년째 이어지면서 울산이 ‘전세난 1위’ 도시에 올랐다.

수요 대비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보니 집도 안보고 계약금부터 입금한다는 ‘노룩(No Look) 전세 아파트 계약’이 울산에서 현실화되는 상황이다. 집 상태를 체크할 여유 자체가 없다는 의미다.

5월 울산 전세가격 변동률 동향 그래프
2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3월부터 울산지역 아파트 전세수급지수가 124에 달해 역대급 전세난을 겪은 지난 2021 9월(125.6) 이후 약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로 기록됐다.

전세수급지수는 수요와 공급 비중을 0~200 사이의 값으로 표시된다. 100이 기준인데, 전세 공급과 수요가 균형를 이룬 상태를 의미한다. 200에 가까울수록 공급부족, 반대로 0에 가까우면 공급과잉이다.

울산 전세수급지수는 작년 3월(100.4)까지만해도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룬 상태였지만, 이후 공급 부족 현상이 가팔라지기 시작됐다.

실제 작년 4월 104.5이던 전세수급지수는 연말에 115.0까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었다. 특히 올해들어선 △1월 115.7 △2월 119.4 △3월 124.3 △4월 124.5 △5월 124.4 등 최근 석달간 더 악화돼 ‘최악의 전세난’을 겪은 2021년 수준으로 치달았다.

5월 울산 전세가격 변동률 동향
2021년 상황을 복기해보면 전년 7월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시행 여파로 신규 전세 매물이 잠기면서 전세가격이 크게 오른 시기였다.

울산은 2020년 6월(86.1)까지만해도 전세 수요보다 공급이 더 많았지만, 임대차 2법 시행 첫달인 7월(101.4)부터 2022년 1월까지(100.6) 총 1년 반동안 아파트 전세수급지수가 100을 웃돌았다. 2020년 11월부터 석달간은 130선까지 치솟았고 이듬해인 2021년 6월(135.2)엔 꼭짓점을 찍었다. 이후로도 전세난이 정상화되기까지 7개월이 더 걸렸다.

그러다 2023년 4월엔 77.7까지 떨졌지만, 작년 4월부턴 100선을 넘었고 지난달까지 1년 넘게 전세난이 악화일로다. 즉, 2021년 최악의 전세난 수준에 도달한 상태다.

울산의 이런 아파트 전세난은 매매가격 상승률보다 전셋값 오름폭이 더 높을 정도로 ‘전세 씨’가 말랐다는 서울 강남지역보다 훨씬 심각하다. 최근 석달간 서울 강남지역 전세수급지수는 △3월 103.5 △4월 108.6 △5월 121.3으로 울산보단 상황이 덜 심각하다. 심지어 울산은 강남 일대에서도 고가 아파트가 집중된 서초·송파·강남·성동 등 동남권(123.6보다)보다 전세수급지수가 더 높은 지경이다.

5월 월간 주택 가격동향(자료: 한국부동산원).
1년 넘게 악화일로인 울산의 전세수급지수를 전국 17개 시·도와 비교해보면 현재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확연하게 알 수 있다.

지난달 전국 평균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04.1이며, 5대 광역시 평균은 100.4다. 시·도별로는 △서울 118.5 △인천 105.4 △세종 104.3 △경기 103.9 △경남·대전 102.1 △전북 102.0 △충남 101.3 △충북 99.7 △강원 99.5 △부산 99.4 △전남 98.0 △광주 96.8 △경북 93.9 △대구 91.6 △제주 89.2 순이다.

울산에서 아파트 외 전세수급지수는 △연립다세대 주택 91.5 △다세대주택 95.7 △주택종합 117.0이다. 주택종합 전세수급지수로 따지면 서울이 전국 1위(118.2), 울산은 전국 2위(117.0)다.

울산은 전세 뿐 아니라 월세 아파트도 전국에서 수급 불균형이 가장 심각한 ‘1위’ 도시다.

지난달 울산의 아파트 월세수급지수는 121.4로, 작년 4월(100.5)부터 1년 1개월째 기준 100선을 넘어선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울산의 주택유형 별 월세수급지수는 △연립다세대 101.1 △단독주택 98.8 △주택종합 116.3이다. 주택종합 월세수급지수 역시 울산이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전국 평균 아파트 월세지수는 104.7이고, 시·도 중 ‘탑 5’는 울산에 이어 △서울 114.8 △인천 106.2 △경기 105.0 △경남 104.1 순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5월 부동산가격지수 동향을 분석하면 지난달 울산의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0.55%로 서울(1.15%), 경기(0.66%)에 이어 ‘전국 3위’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2022∼2023년 착공 물량 감소가 시차를 두고 신규 입주물량 부족으로 이어지는 데다, 올해 다주택자들이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전 보유 주택을 매도하면서 전월세 매물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