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로 만나는 인간 ‘허균’…400년 전 목소리 복원
울산대 국어문화원장 노경희 교수, ‘허균의 편지’ 번역 출간 홍길동전 저자 넘어 벗·술·음식 사랑한 지식인의 내면 조명
2026-06-22 고은정 기자
울산대 국어문화원장인 노경희 교수가 허균의 편지를 우리말로 옮긴 『허균의 편지』(교유서가)를 펴냈다.
이번 책은 『홍길동전』의 저자이자 조선 최고의 이단아로 불렸던 허균이 남긴 편지글을 완역한 것이다.
책은 1596년부터 1613년까지 허균이 남긴 편지를 시간순으로 엮어, 독자가 격동적인 허균의 생애를 따라가며 그의 삶과 사유를 살필 수 있도록 구성됐다. 허균은 역사 속에서 문제적 인물로 기억돼 왔지만, 편지 속에서는 사랑하는 사람과 벗을 그리워하고, 세속의 출세와 이익 사이에서 흔들리며, 음식과 술을 즐기는 인간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특히 류성룡, 이항복, 최립, 권필 등 당대 문인과 고관대작은 물론 승려, 기생 등 신분과 성별을 넘어선 교유가 눈길을 끈다. 당대 명기이자 시인이었던 이매창과의 정신적 교감, 명필 한석봉에게 술과 안주를 마련해두었으니 찾아오라 권하는 편지 등은 우리가 몰랐던 허균의 인간적 면모를 보여준다.
노 교수는 어려운 한자어를 쉽게 옮기면서도 편지글 특유의 말맛과 허균의 생생한 목소리를 살리는 데 주력했다. 또 편지 속 인물과 사건, 정치적 배경에 대한 설명을 더해 독자들이 허균의 편지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노 교수는 울산대 글로벌인문학부 국문학 전공 교수다. 서울대에서 국어국문학을, 일본 교토대에서 중어중문학을 공부했다. 동아시아 비교문학과 문헌학, 출판문화를 연구해왔으며, 박사논문에서 허균을 중심으로 17세기 한중 문학교류의 실상을 다룬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