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무너진 교권을 일으켜 세우려면
무너진 교실 속 서글픈 교사 자화상 구호 뿐인 대책 넘어 실효적 제도로 당당한 교육 통해 교단 바로 세워야
최근 교육 현장의 붕괴와 그 안에서 고통받는 교사들의 현실을 다룬 이른바 '참교육 드라마'가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매일같이 교권 침해 뉴스에 가슴을 졸이던 현직 교사들에게 이 드라마는 단순한 허구의 이야기가 아닌, 막힌 속을 뚫어주는 '사이다'이자 서글픈 자화상이다. 일부 학부모들의 무분별한 괴롭힘이 상대방에게는 생존을 위협하는 잔혹한 고통이라는 점을 역설적으로 묘사해 괴롭힘의 근절을 호소하는 이 드라마의 메시지는 우리 사회에 묵직한 울림을 던진다.
# 학생 인권과 교권의 무너진 균형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라며 교사를 존경의 대상으로 삼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학교 현장은 어떠한가. 권력과 부를 가진 자녀들이 교사 앞에서 오만하고 불손하게 행동하는 모습은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비극이다.
물론 시대가 변하면 법과 제도도 바뀌어야 한다. 과거의 권위주의적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자는 취지는 옳았다. 그러나 지나치게 급진적인 변화는 언제나 역효과를 내포하는 법이다. 우리 사회는 학생 인권만을 일방적으로 강조한 결과가 교권 침해로 이어지는 풍선효과를 간과했다. 권리에는 책임이 따르고,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법을 먼저 배워야 함에도 불구하고, 균형을 잃은 교육 정책은 결국 교실을 무법천지로 만들고 말았다.
# "선생이 학생을 무서워하면 제대로 가르치겠습니까?"
드라마 속 한 대사가 가슴을 깊게 찌른다.
"의사가 환자 무서우면 제대로 치료 못 하고요, 변호사가 의뢰인 무서우면 변론 제대로 못 합니다. 그런데 선생이 학생을 무서워하면 제대로 가르치겠습니까?"
이 대사는 현재 학교 현장의 본질적인 모순을 가장 정확하게 관통하고 있다. 오늘날 교사들은 학생과 학부모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극심한 심리적 부담감과 두려움을 안고 교단에 선다. 잘못을 지적하면 아동학대로 고소당하고, 정당한 훈육조차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 돌아오는 현실에서 교사는 방어적인 교육을 할 수밖에 없다. 스승이 제자를 두려워하는 사회에서 진정한 교육과 올바른 훈육이 일어날 리 만무하다.
# 현장 부재한 교육 수장 외침, 공허한 메아리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교육 수장들은 앞다퉈 '교권 보호'를 외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현장 교사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그들의 외침이 교사들에게 깊은 감동이나 신뢰를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학교의 생태계를 잘 이해하고 대안을 제시해 줄 것이라 기대했던 현장을 잘 안다는 교사 출신 교육 수장도 별다른 대책을 수립하지 못한 실정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하기는커녕, 교사들이 매일 마주하는 악성 민원의 압박과 법적 보호망의 부재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외면한 채 보여주기식 대책이나 생색내기용 구호만 외치고 있다. 이렇듯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면서 현장의 교사들이 느끼는 피로감과 무력감은 더욱 깊어만 가고 있다.
# 무너진 교육 현장을 바로잡기 위한 과제
참교육 드라마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단순히 현실을 고발하는 데 그치지 말고, 이제는 드라마가 던진 숙제를 사회적 해결책으로 연결해야 한다.
첫째, 학부모의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 내 자녀만을 위한 이기주의적 태도에서 벗어나, 학교는 공동체 의식을 배우는 곳이며 교사는 내 아이의 성장을 돕는 동반자라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둘째, 학생들의 행동에 대한 책임 의식 교육이 필요하다. 인권의 존중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성립된다는 점을 확실히 교육해야 한다.
셋째, 교육 수장들의 실질적인 역할 변화가 요구된다.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법적·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데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악성 민원을 교사 개인이 감당하게 두지 말고, 학교와 교육청이 전면에 나서 대응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넷째, 법과 제도의 전면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를 보호할 수 있도록 법적 면책권을 강화하고, 교권보호위원회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다섯째, 교사 스스로도 전문성과 단호함을 갖추고 내면을 단단히 해야 한다. 드라마 속 교사들이 대중에게 카타르시스를 준 이유는 단순히 강력한 물리력을 행사해서가 아니다. 무너진 교실을 방관하지 않고 학생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겠다는 강력한 주체성과 사명감을 행동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현실의 교사에게 물리적 힘을 요구할 수는 없지만, 악성 민원에 위축되어 방어적인 교육에만 머무는 '무력한 직장인'이 되기를 거부하는 내면의 힘은 달라야 한다. 정당한 생활 지도 앞에서는 단호하고 엄격한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
급진적인 변화가 가져온 부작용을 바로잡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교권이 무너지면 그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우리 아이들에게 돌아간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권리가 침해당하기 때문이다.
시대가 변해도 교육의 본질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선 인성 형성에 있다. 제도적 안전장치 위에서 교사가 먼저 전문성을 바탕으로 교실의 리더로서 당당하게 중심을 잡을 때, 학생과 학부모의 진정한 존경도 회복될 수 있다. 교사 또한 안전하고 존중받는 환경에서 교직에 대한 사명감을 전면에 내걸고, 교실 안에서 당당하게 옳고 그름을 가르치는 가치 교육을 실현해야 한다.
드라마가 던진 쓰라린 사이다에 박수만 치고 있을 시간이 없다. 교육 당국과 학부모, 사회 전체가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근본적인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교사가 안전하게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무너진 교육 현장의 피해자를 지키고 우리 교육의 백년대계를 바로 세우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