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부채와 고용 불안…동남권 ‘끼인세대’ 고단한 인생

[데이터청 ‘40~54 경제적 삶’ 통계] 부·울·경 인구 23.6% 차지 중년층 자녀·부모·노후까지…삼중고 시달려 평균소득 8343만원…부채 8939만원 56.9% “제조업 침체 등 고용 불안” 스트레스 인지도 전세대 중 가장 높아

2026-06-23     조혜정 기자
동남권 끼인세대의 경제적 삶
동남권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끼인세대(40~54세)’들이 부양 의무와 생존 경쟁에 치이며 언제 밀려날지 모른다는 불안한 삶을 버텨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겉 보기엔 가구 소득 8,300만원의 안정적 중산층인 듯 보이지만, 정작 속을 들여다보면 9,000만원의 대출을 끼고 수입의 절반은 지출하며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스트레스 받는 ‘고단한 중년’의 초상 그 자체였다.

23일 동남지방데이터청이 발표한 ‘2026 동남권 끼인세대의 경제적 삶’ 조사 결과는 이들이 마주한 낼혹한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동남권 끼인세대는 부산·울산·경남 인구의 23.6%(174만5,000명)를 차지하는 지역 경제의 핵심 생산 주체다.

이와 동시에 청년과 고령층 중심의 복지 정책 사각지대에서 삼중고(자녀 양육, 부모 부양, 노후 준비)를 맨몸으로 버텨내는 ‘정책 소외 세대’이기도 하다.

동남권 끼인세대 경제 상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동남권 끼인세대 가구의 평균 자산은 4억5,602만 원으로 전체 세대 평균(4억2,651만원)을 웃돈다.

하지만 이 자산의 상당 부분은 ‘빚’으로 채워져 있다. 이들 가구의 평균 부채는 8,939만 원으로 전체 세대 평균(7,257만원)보다 1,681만원 더 많다.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19.6%에 달한다.

많이 벌지만 그만큼 쓸 곳도 많다. 2024년 기준 끼인세대 가구의 평균 소득은 8,343만원으로 높은 편이지만, 평균 소비지출 역시 4,107만 원으로 전체 세대(3,077만 원)보다 1,000만원 넘게 더 썼다.

이는 끼인세대 가구의 60.1%가 자녀와 함께 살고 있고, 4인 이상 가구 비중(31.5%)이 가장 높은 가구 구조와 직결된다. 소득의 31.2%는 먹는데, 14.4%는 자녀 교육비에, 10.2%는 주거비에 들어간다.

수도권과의 격차에서 받는 상대적 박탈감도 가볍지 않다. 동남권 끼인세대의 개인 근로·사업소득 평균은 4,922만원으로 전체 세대(4,030만원)보다 높지만, 전국 평균(5,326만원)은 물론 수도권(5,800만 원) 수준에는 크게 못 미친다. 단, 울산 끼인세대의 평균 소득은 5,662만원이다.

동남권 끼인세대 경제 활동.
가장 큰 스트레스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다. 작년 기준 동남권 끼인세대의 고용률은 79.3%로 전체 세대(60.9%)보다 압도적으로 높고, 취업자 3명 중 2명(65.9%)은 비교적 안정적인 상용근로자 신분이다.

문제는 보이는 지표 뒤에 숨은 조기 퇴직·구조조정의 공포다. 끼인세대 취업자 중 “가까운 미래에 직장을 잃거나 바꾸어야 할지 모른다”며 고용 불안을 느끼는 비율은 무려 56.9%에 달했다. 이는 전체 세대 평균(52.7%)보다 오히려 4.3%p트 높다.

동남권 끼인세대 취업자의 주된 산업과 직업이 제조업(25.5%)과 기능·기계조작·조립 종사자(24.5%)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도 불안을 부채질한다. 지역 제조업의 장기 침체와 디지털 전환 가속화 속에서 중장년 숙련 노동자들이 느니만 못한 직업적 위기감을 온몸으로 마주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동남권 끼인세대 주관적 의식
눈 여겨볼 주관적 의식이다. 끼인세대의 61.9%는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중(中)’이라고 생각하며, 전반적인 삶에 만족하는 비중(46.5%)도 전체 세대보다 조금 높다. 스스로를 사회의 허리라 믿고 삶의 질을 유지하려 애쓰는 태도가 엿보인다.

그러나 가정생활, 직장생활, 전반적인 일상생활 전 영역에서 끼인세대의 스트레스 인지 정도는 전체 세대를 통틀어 가장 높다. 전반적인 삶에 만족하는 비중은 45%다.

4050 세대가 청년 주거 지원이나 고령층 일자리 사업에 밀려 ‘부담만 지고 혜택은 받지 못하는’ 세대로 방치된 만큼, 자녀 양육의 부담을 덜어주는 보편적 복지와, 중장년층의 안정적인 이직·전직을 돕는 정교한 고용 안전망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