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돈통이었다”…‘캄보디아 로맨스스캠’ 부부 사기단 법정서 진실공방
아내 “감금·폭행 시달린 1호 피해자” 남편 “오히려 적극 가담” 엇갈린 증언 이혼 소송…적극 공범 여부 핵심 쟁점
2026-06-23 신섬미 기자
울산지검은 23일 울산지법 형사12부(박강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아내 A씨의 결심 공판에서 징역 10년과 함께 8,600만원 추징을 명령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날 피고인 심문에서 A씨는 2022년 당시 남자친구였던 B씨에게 속아 해외로 건너가게 됐고 베트남, 필리핀 등에서 B씨 일가족 6명의 생활비를 책임졌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해외체류비용으로 전체보증금 반환금, 신용대출 등 8,000만원을 넘게 사용했고, 돈이 부족하면 B씨 협박에 못이겨 친구나 가족 등에게 돈을 빌렸다고 했다.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었으나 비행기표를 구할 돈이 없었고, 여권마저 B씨에게 빼앗겨 통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이후 “사업을 하려면 혼인신고를 해야 한다” B씨 거짓말에 속아 2023년 태국에서 결혼식도 없이 혼인신고를 하게 됐고, 가족들의 감시 속에 갇혀 지냈다고 했다.
그러던 중 2024년 4월 B씨에 의해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콜센터에 취업하게 됐고, 해당 업무가 불법적인 일임을 인지한 뒤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B씨로부터 폭행과 강압을 받았다고 했다.
A씨는 “벌어들인 돈 대부분 B씨 가족의 생활비로 사용했다”며 “B씨에게 나는 가지고 노는 장남감, 돈통, 지갑이었다”고 밝혔다.
특히 A씨는 첫 만남 당시 B씨가 5억원 규모의 횡령 사건에 연루됐었다는 사실을 공소장을 통해 알게 됐다며 배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반면 앞선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남편 B씨는 이를 전면 부인하며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당시 B씨는 “협박이나 감금 등은 없었다. 내가 로맨스스캠 일을 먼저 그만뒀는데 A씨가 더 하겠다고 해서 말릴 수 없었다”며 “오히려 한국에 가지 않고 한 번 더 해보자고 권유해 중국인 투자자를 접촉, 새롭게 사업을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현재 이혼 소송 중인 두 사람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A씨가 적극적 공범인지, 아니면 B씨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가담한 행위자인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이날 성형수술을 전후한 도피 과정에 대한 진술도 이어졌다.
부부는 지난 2025년 6월 지인 C씨의 도움으로 풀려났으나, 석방 과정에 소요된 비용을 갚으라고 독촉하면서 ‘얼굴이 알려졌으니 성형을 하라’고 강요해 수술까지 감행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술 사실이 알려지며 이용 가치가 하락하자 C씨의 신고로 다시 체포됐다고 설명했다.
A씨의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A씨는 B씨를 만난 순간부터 속아 모든 것을 빼앗긴 B씨의 ‘로맨스스캠의 1호 피해자’인 점을 참작해 달라”고 변론했다.
A씨는 최후 진술에서 “피해자분들께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거짓 없이 죄를 마주하고 평생 속죄하며 살겠다”며 “악마의 손에 이끌려 범죄자가 되었지만 이제는 되돌리고 싶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편 함께 재판에 넘겨진 B씨는 징역 15년과 1억 4,000여만원의 추징금이 구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