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론] 1,600조 원을 대통령실로? 국민연금 장악의 마지막 퍼즐

국내주식 확대·증시부양·회의록 비공개 이어 기금운용위 대통령실 직속화 논의 독립성 훼손 국민 노후자산 보호 위해 투명성·중립성 강화를

2026-06-23     문호철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 수석부위원장
문호철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  수석부위원장 

이재명 정권 1년, ‘코스피 8000 시대’의 화려한 수사 뒤에서 가장 위험한 일이 국민연금에서 진행되고 있다. 국민의 노후자금을 정권의 손에 쥐려는 심각한 궤도이탈이다. 그리고 그 마지막 퍼즐이 지금 맞춰지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14.4%에서 14.9%로, 다시 20.8%까지 끌어올렸다. 지방선거와 궤를 같이한 결정이었다. 시장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정치적 판단으로 멈춰 세운 것이다. 경제 펀더멘털이 아니라 연기금 매수세로 떠받친 증시는 매수를 멈추는 순간 더 큰 폭탄으로 돌아온다. 그 청구서는 외국인이 아니라 그 자리를 메운 개인과 국민연금이 떠안는다.

더 심각한 것은 은폐다. 기금위는 비중 상향을 논의한 회의록을 2030년까지, 무려 4년간 통째로 비공개하기로 의결했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조차 2주 뒤면 회의록을 공개한다. 1,600조 원의 국민 노후자금을 움직이면서 허용 범위 수치까지 4년간 봉인하는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도대체 국민연금 운용을 둘러싸고 어떤 짬짜미와 거래가 있었다는 것인가? 국민들의 눈과 귀는 막아버린 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단 말인가?

인위적 부양, 그리고 4년 비공개. 여기까지가 빌드업이라면, 이제 본 게임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를 대통령실 직속으로 끌어가려는 지배구조 개편이다.

여당은 이미 칼을 빼 들었다.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연금 지배구조 개혁’ 토론회에서 박홍배 의원 등 민주당 의원 8명이 공동으로 나섰다. 토론 발제자는 기금운용위원회를 대통령실 산하로 가져올 것을 주장했다. 박홍배 의원은 “윤석열 정부에서 추천 단체가 기금운용위원회에 추천한 사람이 복지부 입맛대로 바뀌는 것을 보고 ‘국민연금을 복지부에 맡기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 취지를 설명했다. 그렇다면 국민연금을 아예 통째로 정권의 손아귀로 가져오는 것은 맞는다는 말인가? “나라다운 나라를 약속한 이재명 정부의 국민연금은 달라야 하지 않나”라는 자신의 표현대로라면, 정말 화끈하게 확 바꾸겠다는 것이다.

명분은 그럴듯하다. 복지 논리와 투자 논리를 분리해 전문성을 높이고, 부처 간 책임 떠넘기기를 막아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명분의 외피를 한 꺼풀만 벗기면 본질이 드러난다. 1,600조 원의 거대 자금을 정권의 입맛대로 주무르기 위한 노골적인 빌드업이다.

첫째, 독립성의 완전한 말살이다. 지금도 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을 겸하며 정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런데 아예 대통령실 직속으로 들어가면 어떻게 되겠는가. 대통령의 국정과제와 지지율 방어를 위한 선심성 증시 부양, 관치금융에 연금이 대놓고 동원될 길이 활짝 열린다. 완충장치가 사라지고, 권력과 연금 사이의 마지막 칸막이가 철거되는 것이다.

둘째, 코드 인사를 통한 기금 장악이다. 대통령실 직속이 되면 기금위 자리는 대통령 성향에 맞는 인물들로 채워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시장의 냉정한 분석에 따라 움직여야 할 1,600조 원이 정치적 가이드라인에 맞춰 춤추게 된다. 어느 기업에 투자하고 어느 기업에서 손을 뗄지, 누구를 살리고 누구를 압박할지를 청와대가 결정하게 된다.

셋째, 밀실 운용의 고착화다. 이미 회의록 4년 비공개에서 그 예고편을 보았다. 정권에 불리한 투자 결정이나 외압의 흔적을, 이제는 대통령실의 권한으로 더욱 철저하게 은폐할 구조적 방패막이가 완성된다. 비중 상향, 4년 비공개, 그리고 대통령실 직속화. 이 세 장면은 따로 떨어진 사건이 아니라 하나로 이어진 설계도다.

연금 선진국 캐나다의 기금운용기구(CPPIB)는 정부와 일정 거리를 두고 장기수익률과 가입자 이익을 기준으로 독립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자금이 거대해질수록 정치권의 유혹도 커지기에, 제도적으로 권력의 손을 묶어두자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국가 경제 조절용 쌈짓돈이 아니다. 정권의 지지율을 떠받치는 방탄자금은 더더욱 아니다. 5천만 국민이 노후를 걸고 맡긴 피 같은 자산이다. 권력은 유한하지만 국민의 노후는 평생이다.

문호철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  수석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