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새는 지저귄다

2026-06-23     김봉대 울산아동문학협회장
김봉대 울산아동문학협회장

 가지산 아래에 보금자리를 잡았다. 결혼을 하고 이사를 한 것을 세어보니 아홉 번이나 됐다. 삼년마다 이사를 한 꼴이었다. 이제는 여기서 이사를 멈출 생각이다.

 두 번째 봄을 만났다. 방에서 밖을 보면 산이 바로 눈앞에 있다. 어둠이 서서히 쳐들어오면 그 소리가 들린다. 지난봄에는 몰랐는데 오랜만에 들어보니 반가웠다. 그러나 답답하게도 예전에 많이 들어본 소리지만 정확히 무슨 새가 부르는지 알 수가 없었다. 오랜 시간 듣지 못한 새소리였다. 휴대폰에 녹음을 해서 지인들에게 무슨 새인지 물어봤다. 쉽게 답이 오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정확하게 알아야 했다. 왜 그렇게 밤에만, 긴 밤이 다 가도록 소리를 지려는지.

 밤이 가고 아침이 오면 서로 교대를 하는지 다른 새 소리가 들린다. 들어보면 바로 알 수가 있는 뻐꾸기 소리다.

 신기하게도 밤과 낮에 서로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 새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소리만이 밤낮으로 들려온다.

 시간이 지나자 한 친구가 그 소리는 그 옛날 배가고파서 죽은 며느리가 솥이 적다고 '솥 적, 솥 적' 하며 울었다는 소쩍새라고 답해왔다. 나 역시 소쩍새라고 생각은 했지만 너무 오랜만에 들어 보기에 확신을 할 수 없었다. 자세히 들어보니 소쩍새가 맞았다. 이 지구상에는 먹을 쌀이 부족해 기아에 허덕이는 인구가 많은데 아이들에게 소쩍새의 슬픈 전설을 이야기하면 감흥을 할까?

 "아이참, 쌀이 없어 밥을 못 먹으면 피자 먹으면 되지."라고 하지 않을까.

 소쩍새는 올빼미 과에 속하는 조류인데 인터넷에 나온 사진을 보면 올빼미와의 구분은 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전국에 드물게나마 번식하는 텃새인데, 야행성 조류로 해질녘부터 새벽까지 먹이활동을 한다. 그래서 밤에 짓을 수밖에 없다. 지금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를 받고 있다.

 소쩍새라는 이름은 그 특유의 울음소리에서 유래됐다. 우리 세대는 소쩍새는 흔히 굶어 죽은 며느리의 불쌍한 영혼이 새가 돼 '솥이 적다, 솥이 적다, 소쩍소쩍' 한다는 이야기를 다 알고 있기에 불쌍한 소쩍새는 무조건 운다고 한다. 슬픈 전설을 알기 때문이다. 그럼, 그 전설을 모르는 이들도 소쩍새 소리를 운다고 할까?

 필자 역시 소쩍새가 운다고 하지 않으니 뭐라고 해야 할지 난감하다. 그러나 소쩍새에 있어서 6·7월은 그들의 황성한 번식기이다. 그래서 이 소리는 자신들의 짝을 절실히 찾고, 영역을 지키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사랑과, 자신의 강함을 표현하는 그들의 행위를 우리들의 생각으로만 해석해서 '소쩍새가 밤새운다.'라고 표현하는 게 과연 맞을까? 그래서 새들이 운다고 하기 보다는 새들이 짓는다거나 노래한다고 하면 안 될까. 개는 짓는다고 표현하는데.

 그 시절, 할아버지 제사를 모시고 밤중에 5리길을 걸어 가다가 집 뒤에서 소쩍새가 짓는 소리를 들으면 얼마나 반갑던지. 그때서야 집에 다 왔다고 힘을 내어 아버지 뒤를 따라 걸어갔다. 그 아름다운 추억을 뒷산의 소쩍새가 소환해 줬다.

 이제 뻐꾸기를 보자. 뻐꾸기는 두견과에 속하는 여름철새로 번식을 다른 작은 새의 둥지에 알을 낳아 기르게 하는 탁란의 대표조류다.  탁란은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아 숙주 새가 자신의 새끼를 키우게 하는 생존양식이다. 이 과정에서 뻐꾸기 새끼는 빨리 커 숙주 새의 알을 제거하거나 자신들이 먹이를 하나라도 더 먹으며, 부화한 숙주 새끼를 둥지 밖으로 밀어내어 죽게 한다. 그래서 뻐꾸기는 둥지도 짓지 않고, 새끼 양육에서 자유롭다. 대신 숙주 새는 자신의 새끼를 잃고 뻐꾸기 새끼를 키운다고 지친다. 뻐꾸기 새끼가 커서 날아가면 그만이다.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어디 뻐꾸기 같은 생존방식이 우리들에게는 없을까? 뻐꾸기의 탁란은 분명 우리에게 큰 교훈을 줄려고 그럴 것이다. 당분간은 밤과 낮에는 새들이 짓는 소리를 감상하며 지내야 할 것 같다.

 생존기

 뒷산의 뻐꾸기가 또 아침을 깨운다

 잊었던 소리인데 반가워 귀를 연다

    아뿔싸 또 어느 둥지에 피눈물이 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