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행복한 음식은 몸·마음·자연을 함께 살리는 음식”

[‘흑백요리사2’ 출연, 사찰음식 명장 선재스님]

2026-06-29     고은정 기자
본지와 인터뷰에 나선 선재스님은 “사찰음식은 단순한 건강식이 아니라 몸과 마음, 자연과 생명을 함께 살피는 삶의 태도”라고 말했다.
넷플릭스 요리 예능 ‘흑백요리사2’ 출연으로 대중적 관심을 받고 있는 사찰음식 전문가 선재스님이 지난 26일 울산을 찾았다. 선재스님은 이날 ‘행복한 음식이란’을 주제로 강연에 나서, 음식을 통해 마음을 치유하고 진정한 행복을 찾는 방법을 시민들과 나눴다.

행사에 앞서 본지와 인터뷰에 나선 선재스님은 “사찰음식은 단순한 건강식이 아니라 몸과 마음, 자연과 생명을 함께 살피는 삶의 태도”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흑백요리사2’ 출연 이후 인기를 체감하시나요?

△어디를 가든 많이 알아보십니다. 예전에는 팬들이 주로 중장년층이었다면, 요즘은 MZ세대부터 어린이, 유치원생들까지 알아봅니다. 다른 셰프들은 대부분 흰 옷을 입었는데, 저는 법복에 머리를 깎은 모습으로 출연해 더 많이 기억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대중과 더 많이 만나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이 또한 수행의 과정으로 여기고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행복한 음식’이란 무엇인가요?

△행복한 음식은 내 몸을 건강하게 하고, 마음을 평화롭게 하며, 자연의 생명을 해치지 않는 음식입니다. 맛있기만 한 음식이 아니라 먹고 나면 몸에 좋아야 하고, 몸을 편하게 해줘야 합니다. 나아가 먹고 난 뒤 지혜를 주는 음식이어야 합니다.

-사찰음식은 현대인들에게 어떤 위로가 될까요?

△음식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만듭니다. 경상도 사람들은 짜고 맵게 먹으니 성품이 강하다고 하고, 충청도 사람들은 음식을 덤덤하게 먹어 순하다고들 하잖아요.

사찰음식은 육류와 생선을 쓰지 않고, 파와 마늘 같은 강한 양념도 빼고 만듭니다. 수행자의 마음을 맑게 하기 위한 음식이기 때문입니다. 몸을 건강하게 하는 것을 넘어 마음에 평화를 주고, 세상에 적응할 지혜를 내는 데 도움을 줍니다.

-음식 안에 자연과 생명이 담겨있다는 말씀이군요?

△우리가 배추를 먹는다고 하면, 그 안에는 땅과 물, 바람과 햇빛, 비바람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그것들이 없었다면 배추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결국, 배추를 통해 자연의 생명이 나에게 오는 것입니다. 땅과 물, 바람과 햇빛이 건강해야 내가 건강한 음식을 먹을 수 있고, 내 몸과 마음도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많은 생명이 행복해야 나도 행복하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음식을 만들 때 지키는 원칙은요?

△이 음식이 어디에서 왔는가를 먼저 생각합니다. 땅과 물, 햇빛이 함께 키운 식재료인지 살피고, 그 식재료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좋은 재료란 행복하게 자란 것이고, 먹는 사람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먹는다는 것은 생명을 대하는 태도와도 연결됩니다. 꿀벌이 꽃에서 꿀을 딸 때 꽃을 해치지 않아야 하듯, 자연의 생명을 해치지 않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음식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먹기 위해서도 살아야 하고, 살기 위해서도 먹어야 합니다. 그런데 너무 많은 사람이 밥을 굶어가며 공부하고, 몸을 망쳐가며 일합니다. 음식은 내 몸에 건강을 주고, 마음을 주고, 지혜를 줍니다. 그저 한 끼를 때우는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일상에서 무엇부터 실천하면 좋을까요?

△먼저 먹거리를 바꾸는 일입니다. 이 음식이 약이 되게 만들어진 음식인가, 먹는 사람에게 약이 되는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약이 되려면 나쁜 음식을 버리고 좋은 음식을 찾아야 합니다.

다만 좋은 음식도 체질에 따라 다릅니다. 인삼이 좋은 음식이라고 하지만 열이 많은 사람에게는 독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의사와 같다고 했습니다. 좋아하는 음식만 해줄 것이 아니라, 그 사람 몸에 좋은 음식을 해줘야 합니다.

-여름 보양식으로 추천할 음식은요?

△절에서는 여름에 상추를 많이 씁니다. 상추로 김치를 담그면 ‘상추 불뚝김치’, ‘상추 불뚝장’이라고 합니다. 보양식이라고 하면 삼계탕이나 장어를 떠올리지만, 여름에는 더위를 먹어 머리가 아프고 소화가 안 될 때가 많습니다. 상추는 몸의 열을 내려줍니다. 제일 좋은 보양은 제철에 나는 것을 먹는 것입니다.

-울산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음식에는 생명이 들어 있습니다. 내가 먹는 음식 속에는 햇빛이 있고, 수많은 농부의 손길이 있습니다. 음식을 얼마짜리인가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이 음식이 나에게 오기까지 함께한 우주의 생명과 농부의 마음,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야 합니다.

자연의 생명을 아끼고 잘 취해 쓸 때, 지금 세계가 겪는 온난화와 전쟁 같은 문제도 해결의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 실천은 나로부터 시작됩니다. 내가 먹는 음식에서부터 생명을 존중할 때, 함께 맑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선재스님
대한민국 사찰음식 명장 1호인 선재스님은 50여 년간 수행과 연구를 바탕으로 사찰음식의 지혜와 가치를 알려온 인물이다. 제5대 한식진흥원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2016년 사찰음식 명장 1호로 지정됐다. 저서로는 『당신은 무엇을 먹고 계십니까』, 『당신은 무엇을 먹고사십니까』 등이 있으며, 최근 신간 『나를 살린 음식들』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