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반구대 암각화, BTS가 찾는 세계인의 성지가 되려면

한국 문화·예술 시원 반구대 암각화 수문 설치땐 재앙적 결과 부를 수도 사연댐 해체로 선사관광 이끌어야

2026-06-29     이기우 문화예술관광진흥연구소 대표
이기우 문화예술관광진흥연구소 대표

 울산 반구천의 암각화는 절벽 바위에 새겨진 선사 시대의 파편이 아니다. 수천 년 전, 문명이 태동하기 이전의 인류가 거친 바다와 대륙을 무대로 영위했던 삶의 대서사이자, 해양 세력과 내륙 세력이 만나 충돌을 넘어 공동체적 협치를 이뤄낸 문화인류학적 '접촉지대'이다. 이는 메리 루이스 프랫이 말한 서로 다른 문화와 세력이 만나 갈등하고 융합하는 공간의 완벽한 선사적 모델이다.

 이곳에서 선사 인류는 거대한 고래를 뭍으로 끌어올리는 공동 줄다리기를 펼쳤고, 저장 기술과 토기를 발전시키며 사회적 통합을 이룩했다. 학술발굴조사로 드러난 절벽 아래의 너럭바위는 천혜의 울림을 가진 대규모 광장이자 고대 그리스의 '아고라(Agora)'였고, 영적 치유를 행하던 신성한 신전 '옴파로스(Omphalos)'였다.

 이처럼 역사적·영적 장소성을 지닌 반구천 일대는 대한민국 문화·예술의 진정한 시원(始原)이다. 과거 신라의 화랑 영랑이 이곳에서 호연지기를 기르고 예술적 영감을 얻었다면, 오늘날 세계 문화를 뒤흔들고 있는 현대판 화랑, K-POP의 상징인 BTS(방탄소년단)가 이곳을 찾지 못할 이유가 없다. 반구천의 스토리텔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글로벌 아티스트들의 성지로 만든다면, 이는 세계인에게 K-컬처의 깊은 뿌리를 증명하는 국가적 이정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반구천은 사연댐이라는 콘크리트 구조물에 갇혀 육십여 년째 신음하고 있다. 반구천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지자체가 사연댐 해체는커녕 암각화를 철제 레디얼 수문에 영구히 가두는 우를 범하려 한다는 점이다. 또한, 가물막이 2개가 추가되면 삼중 구조의 제방이 형성돼 제2의 스카이워크가 될 것이다.

 현재 추진 중인 사연댐 수위 저하(60m→52m) 및 수문 설치안은 보존 대책이 아니라 유산을 파괴하는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암각화 하단 높이는 해발 53m로, 정부안인 52m와 불과 1m 차이다. 장마나 태풍 시 급류가 유입되면 수위는 순식간에 암각화를 집어삼킨다. 이때 물이 댐을 넘쳐 흐르는 '월류' 현상이 발생하면 유속은 평상시보다 2.5배나 빨라진다. 수분에 취약한 연질 퇴적암인 암면은 박락 및 박리 현상이 가속화돼 형체를 잃게 될 것이다.

 게다가 상부 52m, 하부 47m로 계획된 수문은 홍수 조절 기능이 전무하다. 선제적 배수를 하려면 수문 최하단이 강바닥 높이인 23m 인근까지 내려가야 한다. 이런 임시방편적 수문이 급격히 열릴 때 폭발하듯 쏟아지는 거센 물살과 와류는 암면을 강타하고 하류에 뻘층을 형성할 것이다. 이는 결국 유네스코의 '세계유산 등재 취소'라는 국가적 망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시민공청회 한 번 없이 제출된 이 보고서대로 공사가 강행된다면, 반구천은 대한민국 문화유산 관리의 실패를 보여주는 부끄러운 '다크 투어리즘'의 명소로 전락할 것이다.

 이 절체절명의 지점에서 우리는 울산광역시장의 강력한 용단과 책임 있는 리더십을 촉구한다.

 첫째, '매장문화유산법'에 따른 철저한 학술 발굴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 1960년대 사연댐 조성 당시에는 어떠한 발굴 조사도 없었다. 댐 아래 묻힌 신석기 유산의 학술적 가치를 새로이 조명하는 법적 절차에 예외가 있어서는 안 된다.

 둘째, 세계암각화센터는 발굴될 반구천 유적으로 암각화박물관의 협소한 환경을 대신할 개방·체험형 박물관과 겸해 건립해야 한다. 범서읍이 반구천의 관문이자 도심에서 접근하는 세계유산의 거점이 된다면 시너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셋째, 사연댐을 활용한 야외음악당과 선사 타운 조성, 대곡천 생태환경의 복원 및 재자연화, 울산 도심 용금소(태화루)와 백룡담(선바위)에서 걷는 반구천 순례길을 구축해 유산으로 향하는 여정 자체를 관광 콘텐츠로 만들어야 한다. 즉. '반구천 선사 관광 트러스트'를 구축해야 한다.

 넷째, 맑은물 확보 패러다임 전환이다. 천상정수장에 보내질 대곡댐의 생활용수는 언양 태기리를 경유하는 관로를 매설해야 한다. 장마, 태풍시기에는 사연댐과 함께 대암댐에도 맑은 물이 충분히 확보된다는 점에서, 사연댐 해체 시 생활용수는 대암댐으로 일시 전환하는 것이다.

   반구천 암각화는 축제와 정원 구상의 정체성에 영감을 주는 콘텐츠이다. 자연과 예술, 글로벌 문화 콘텐츠가 융합될 때, 반구천은 비로소 스쳐 지나가는 관광지가 아닌 전 세계인이 경외심을 갖고 찾는 유일무이한 인류의 성지로 거듭날 것이다.